순식간에 시커먼 연기 자욱 공사장 인근 아수라장
주차 차량이 소방차 진입 막아… 소방관 2명 화상
성탄절인 25일 오후 2시46분께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 오피스텔 지하에서 시작된 화마는 거대한 연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광교신도시로 퍼져 나갔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갑작스런 모습에 주변 상가는 물론 성탄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던 인근 아파트 주민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란 가슴에 밖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지난주 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참사를 떠올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시민 A씨(34)는 “제천 화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동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깜짝 놀랐다”며 “집까지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걱정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대피했다”고 걱정했다. 한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와 창문 등을 모두 닫으라고 방송하는 등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버선발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혹여나 불길이 번지지 않을까’라는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공사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특히 가족과 연인, 친구와 성탄절을 즐기기 위해 오피스텔 주변에 위치한 아비뉴프랑과 롯데아울렛 주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량과 방문차량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때문에 소방차의 오피스텔 공사현장 진입은 더디기만 했다.
소방 당국은 지하에서 발생한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솟구치는 불길에 6대의 소방 헬기가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오피스텔 현장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소방차 진입에 발목을 잡았다. 이에 화재 현장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또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J씨(56)와 K씨(34) 등 소방관 2명이 얼굴과 양손에 1~2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제천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화재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돼 안타깝다”면서 “소방관 두 분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는데 화재 진압과정에서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에는 목욕탕, 찜질방, 요양원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이 산재해 있다”면서 “연말연시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경우가 많을 텐데 화재로 1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도록 예방과 진압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화재 예방책 마련을 당부했다.
유병돈·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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