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경기도, ‘반토막’ 공연장 그만!

“솔직히 천삼백만 명이 사는 곳인지 의문이 들 정도에요.”

 

경기도에 제대로 된 공연장이 없다고 하니 한 공연장 설계 전문가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당장 옆 나라 일본도 각 시마다 클래식 전용공연장 하나쯤은 갖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완벽한 공연 음향을 전달하고, 소속 시향악단에겐 완벽한 하모니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각 시군마다 공연장은 있다. 그런데 장르 구분 없이 모든 공연을 우겨넣는 다목적홀이 대부분이다. 좋은 소리를 들을래야 들을 수 없다. 아무리 유명한 공연이 와도 음향, 무대 시설이 뒷받침 되지 못해서다. 애꿎은 경기도민들만 ‘반토막’ 공연을 봐야한다. 서울시민과 같은 값을 줬는데도 말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기초 단체장들의 ‘성과 과시용’ 전시 행정이라 비판한다. “내 임기 안에”라는 목표로 지었으니 공연장의 음향 질은 어떤지, 악기소리가 공연장 구석구석을 도는지 등을 고려했을리 만무하다. 결과는 “공연보러 서울간다”는 도민들 뿐이다. 일부 썰렁해진 공연장은 민방위 훈련, 영화 상연, 강연 따위 등으로 채워졌다. 공연장의 기능을 완전히 잃은 꼴이다.

 

경기도는 ‘내 임기 안에’를 목표로, 다른 시ㆍ도 및 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림’을 목표로 공연장을 설계한다. 세계 저명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는 2003년에 지어진 미국 월드디즈니콘서트홀을 두고 “온갖 소음에 찌든 귀를 말끔히 씻어주는 ‘소리의 온천’”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우리나라 경남 통영의 클래식전용공연장인 ‘통영국제음악당’도 음악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어졌다. 그 결과 ‘국내 가장 완벽한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경기도는 공연장을 지을 때 이런 목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세계 유명 지휘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공연장은 무대 소리를 객석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그뿐이다”. 이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공연 보러 해외로, 서울로 가는 도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 없다. 이제라도 전시 행정 그만하고 기본에 충실한 공연장을 경기도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천삼백만 명이 살고있는 곳이라면 말이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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