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필로티 불나면 ‘거대한 아궁이’… ‘소화기’ 조차 없다

불길 출입구 막아 ‘탈출 봉쇄’ 참사 주차차량 가득… 인화 위험 도사려
초기진화 중요 불구 소화설비 사각 관련법 조속한 개정 대책마련 시급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화재 참사를 계기로, 필로티 구조로 된 중소규모 공동주택들 또한 화재위험에 무방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오후 인천 남구 도화1동에 있는 공동주택 밀집지역. 이곳에는 필로티 구조로 된 수십 개의 중소 규모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필로티구조는 1층에 기둥만을 세워두고 2층 이상부터 주민들이 거주해 주차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1층 탈출통로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화재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많다.

 

실제로 이곳 주변에 있는 필로티 다세대주택에는 1층이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소화기는 단 1곳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건물 내부 계단에도 소화기가 비치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동구 간석동 인근에 있는 공동주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필로티 1층은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하지만, 소화기는 비치돼 있질 않다.

 

이와 관련, 현행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연면적 33㎡ 이상 건물에는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필로티구조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질 않는다. 현행 건축법상 필로티는 옥상과 마찬가지로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건물 내 계단이나 실내 복도에 20m마다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게 전부이다.

 

다만, 자동차 주차공간이 20면이 넘거나 연면적이 200㎡ 이상일 경우, 필로티 1층에 ‘물 분무 등 소화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필로티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소화시설 관련 규정조차 없어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남구의 필로티 주택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해 이사 오고 나서 지금까지 1층 주차장이나 계단에 소화기가 있는 것을 본적이 없다”며 “대형화재가 안 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연립주택 4층에 사는 다른 주민(55·여)은 “만에 하나 불이라도 나 출구가 막히면 앉아 죽거나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1층에 소화기가 있다면 불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예방안전과 관계자는 “중소규모 필로티 건물의 경우, 1층 소화기 비치는 권장사항으로만 돼 있어, 우리도 딱히 강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꾸준한 현장점검을 통해 이런 곳도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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