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의외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독교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목사들의 영향력이 더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력한 시장 후보였던 A씨는 이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치인들 중에는 무속인, 점술인, 역술인들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 부처의 차관을 지냈고 3선 의원까지 했던 P씨는 모 역술인을 매우 가까이 했다. 선거때 후보등록을 할 때도 며칠 몇시에 하는 게 좋은지 그 역술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
심지어 외국 출장을 갈 때도 그 역술인이 이번에는 안 가는 게 좋다고 하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출장을 포기했다. 외국에 나가게 되면 매일 국제전화를 걸어 그날의 운세를 듣고 움직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P씨가 마지막 정치를 포기하고 은퇴를 할 때도 ‘이번에 출마하면 망신을 당한다’는 역술인의 충고 때문이었다니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 알 수 있다. 하긴 우리 궁궐 안에서도 그랬고 특히 무당이 왕이나 중전을 업고 국정을 농단하는 일도 많았다. 영조 임금의 어머니가 바로 무수리였음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결국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비극도 무수리 출신 어머니의 콤플렉스가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조선말 고종임금은 일본에 의해 명성왕후를 시해당한 후, 한동안 무당에 놀아났다. 굿을 하면 죽은 명성왕후가 나타난다 하여 실제로 굿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무당이 춤을 추면서 “전하 중전마마께서 여기 오셨습니다”하면, 고종은 “어디냐”며 두 팔을 벌리고 우왕좌왕했다니 한심할 뿐이다.
이렇듯 과거 궁중의 암투와 권력을 둘러싼 모함에는 곧잘 이와 같은 무수리의 해괴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곳곳의 굿집과 점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계룡산 주변의 이름있는 굿집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는 시간잡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서울의 대기업 회장등이 굿판을 한 번에 몇천만원에서 억대까지 거금을 내놓는다는 소문도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꿈꾸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이 새해를 앞두고 토정비결이나 ‘오늘의 운세’ 등을 보는 것은 심심풀이 애교로 보아줄 수 있지만 이렇듯 거액의 사례금이 거래되는 현상은 개탄할 일이다.
물론 이와 같은 심리는 정치, 경제상황이 항상 불안하고, 특히 높은 실업률과 이직률, 이혼율과 가족갈등, 자녀의 대학진학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확실한 것이 무엇 하나라도 있는가? 무엇 하나라도 우리에게 예측 가능한 일이 있는가?
서양 속담에 ‘통계학자가 많으면 국민이 배부르고, 점쟁이가 많으면 국민이 배고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명문대학 출신의 석ㆍ박사들까지 본격적으로 전문 점술가가 되어, 인터넷을 활용하는 기업형 점술사이트를 차린다니 그 ‘점술 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정치가 국민의 불안을 씻어 주는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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