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직망 가진 아랍권 불법 송금시스템 경기남부서 최근 3년간 9건 5천억대 적발
사법당국 눈피해 대부분 음식점서 거래 제보없이는 사실상 단속 어려워 골머리
전 세계적 조직망을 가진 아랍권의 불법 송금시스템 ‘하왈라’를 이용한 환치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사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왈라를 이용한 환치기 범죄는 지난 3년간 경기남부지역에서만 9건 적발됐으며 이들이 환치기한 금액은 5천억 원에 달하고 있지만 하왈라 특유의 시스템 때문에 내부자 제보 없이는 사실상 단속 방법도 없어 사법당국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신뢰’라는 의미의 아랍어 ‘하왈라(hawalla)’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사설 외환 송금 시스템이자 이슬람권의 전통적인 금전 거래 방식으로, 원래 명칭은 ‘훈디’다. 이 시스템은 과거 실크로드 교역을 했던 이슬람 상인들이 사막의 도적들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처음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왈라는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한국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하왈라 업자에게 해외 송금을 의뢰하면 업자는 돈을 건네 받은 뒤 비밀번호를 부여한다. 이후 한국 하왈라 업자는 돈을 받을 수취인이 위치한 국가의 또 다른 하왈라 업자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연락하고, 해외 하왈라 업자는 수취인에게 비밀번호를 확인한 뒤 현지 화폐로 돈을 건네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왈라 시스템은 국제적인 환치기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테러조직 등이 하왈라 시스템을 이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3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중동 출신 노동자들, 특히 불법체류 근로자들이 본국에 돈을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하왈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역시 하왈라 업자가 약 10명가량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경기남부청에서만 최근 3년간 하왈라를 이용한 불법 환치기 적발 사례가 2015년 2건, 2016년 2건, 지난해 5건으로 총 9건 적발됐으며, 이들이 불법으로 해외로 보낸 돈만 약 5천억 원에 달한다.
국내 하왈라 업자들은 대부분 음식점을 차려놓고 그 안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사법당국의 눈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검거된 네팔인 A씨 역시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수원시에 네팔 음식점을 차려놓고 110억여 원을 ‘하왈라’를 이용해 네팔로 불법 송금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하왈라는 음식점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겉모습만 음식점인 것이 아니라 실제 요식업을 하고 있어 조사하기 매우 어렵고 특히 이슬람권 사람들은 하왈라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죄의식 없이 거래, 마치 우리나라의 계모임 같이 인식하고 있어 더욱 단속 힘든 실정”이라며 “지속적으로 하왈라가 범죄라는 것을 알려 이슬람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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