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이티, 엘살바도르 등 향해 '거지 소굴' 같은 나라
아이티와 엘살바도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유엔 인권 대표도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아이티 정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의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겨냥한 ‘거지소굴’ 발언을 인종차별주의적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자국 주재 미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공화·민주 의원 6명과 만나 이민개혁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 엘살바도르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shithole)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 덧붙여 비난을 샀다.
이날 아이티는 성명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깊이 분노하고 있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보도된 발언은 최소한 무례하고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대한 아이티 사회의 기여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고 완전하게 잘못된 인종차별주의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어떤 측면에서라도 수용할 수 없으며 혐오스럽고 비참한 발언을 확고히 비난한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폴 알티도르 주미 아이티 대사는 “분노와 충격에 빠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8주년 추모식을 하루 앞두고 알려져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 서한을 발송하고 성명을 내 강력히 비판했다.
엘살바도르 외교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보도된 트럼프 대통령의 통탄할만한 발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나 부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산체스 세렌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존엄을 공격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고 마르티네스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에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방부 재건과 뉴올리언스에서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에 자국민들이 보탰던 지원 노력을 강조하는 여러 건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미국의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날 발언이 과격하긴 했지만, 거지 소굴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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