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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래다] 가족친화기업-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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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래다] 가족친화기업-함께해요

저출산 극복, ‘일·가정 양립’ 행복한 일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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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중순, 출산을 앞두고 있는 K씨(35ㆍ여). 그렇게 기다려 왔던 첫 아이의 탄생에 행복할 법도 한데, 마냥 기쁠 수 만은 없다. 출산 휴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그동안 K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출산 휴가를 쓸 수 없었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90일의 휴가지만,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 회사 사정상 쉽지 않았다. 동료들은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K씨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2년전 차장 승진으로 월급도 오른데다, 대학교 졸업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어렵게 출산휴가를 얻어냈지만, 다른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을 넘겨야 하는 미안함과 기본적인 서류 작업은 재택근무로 해결해야할 일들이 남아있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출산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K씨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직장 여성들에게는 출산휴가를 쓰는 것 조차 쉬이 허락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ㆍ가정의 양립을 이야기하지만,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녹록치 않다.

 

이에 본보는 일ㆍ가정 양립 분위기 조성 및 정착을 위한 연중기획시리즈 ‘가족친화기업-함께해요’를 기획했다. 지난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진행했던 연중기획시리즈 <아이가 미래다>의 일환이다.

 

지난해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앞서 저출산 정책을 펼쳐온 유럽 국가들의 저출산 정책 등을 살펴봤다면, 올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일ㆍ가정 양립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여태까지 우리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지금이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나하나 대책들이 잘못된 건 아니었지만, 그 대책들의 효과보다 저출산 분위기 확산 속도가 더 빨랐다”면서 “정부 대책이 저출산 분위기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들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또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혜택이나 지원들이 저출산 문제를 타개할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향후 20년간 우리나라의 생산인구가 19% 급감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령사회 대응 중고령자 인력 활용’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인구감소는 15~19세(-25.5%), 20대(-33.5%), 30대(-29.0%), 40대(-18.8%), 50대(-11.9%)다. 이는 OECD 회원국들 중 월등히 빠른 속도다.

 

더욱이 경제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30~50대 인구감소가 두르러지면서, 총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지난해 기준 73.1%에서 2027년 66.3%, 2037년 58.3%로 하락, 전체적으로 18.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노동력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부양이 필요한 고령인구만 증가해 경제ㆍ사회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이 불러오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당장 20년 앞으로 도래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 <아이가 미래다>에서 살펴봤던 유럽 국가들의 저출산 정책에는 기업이 있었다. 프랑스도 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부터 기업들을 독려해 직원들이 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재 경기도도 매년 다양한 가족 친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30개 기업을 선정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하고, 지원 정책으로 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가족친화기업-함께해요’에서는 경기도내 ‘가족친화기업’을 찾아가 이들을 소개하고, 실제 직장에 필요한 정책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정책도 전달할 계획이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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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강민정 박사

“출퇴근 시간만 조정해도 삶의 질 변화”

일ㆍ가정 양립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또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기업이 해야하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강민정 박사는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만 도입하더라도,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커다란 변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ㆍ가정 양립을 방해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계 2번째로 근로시간이 길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준다. 또 예전 제조업 기반의 업무 방식으로 운영하다보니, 근무시간으로 회사의 충성도를 평가하는 문화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선진국의 경우 야근하는 직원이 무능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업부형태가 변화해야 하고, 시간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문화도 함께 정착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출산휴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기업의 경우 인력 운영이 유연하다. 100명이 필요하면 110명을 채용해, 빈자리를 해결한다. 중소기업은 적은 인원이 많은 일을 하는 형태다.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분장이 주먹구구식으로 돼 있어, 자리를 비우개 되면 대체 인력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출산휴가를 쓰더라도 동료의 눈치를 보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둔다. 기업들의 생각 전환이 필요한 문제다. 당장의 인력 충원이 절실한 영세한 기업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인력공백을 염두해 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여성 근로자를 기피하는 기업도 있다. 

사실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육아휴직은 여성만 쓰는 제도가 아니다. 남녀가 모두 쓸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만 쓰는 제도가 되다 보니 여성 채용을 부담으로 여긴다. 또 인력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 요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이다. 대부분 기업내에서 과장급 이상의 인력들이다. 이 인력들이 휴직하고 복귀해서 제대로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지, 다장 휴직을 쓰면 ‘조직에서 필요없는 사람’ ‘내보내야 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근무시간이나 업무방식이 효율화되면, 자리가 비었을 때 대처하는 것도 쉽다. 여기에 필요한 부분들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들이 있나. 

꼭 휴직만이 답은 아니다. 가령 ‘시차출퇴근제’도 굉장히 효율적이다. 육아기간에는 출퇴근 1시간도 굉장히 크다. 유연근무로 필요한 시간을 해결해 준다면, 있는 인력들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고 육아도 병행하면서 회사에 다닐 수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에 도입한 결과 초기에는 근로자들이 나태해지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내는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제도들을 조금씩 시도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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