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상당의 귀한 미술품 보유
보관 안 되고 전시 방법도 못 찾아
‘문화 이천’ 자산 만들 대책 세워야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 1천500여 점의 작품이 있다. 안평대군, 신사임당, 율곡, 퇴계 등 위인들의 한국서화가 있다. 단원 김홍도의 쌍치도, 겸재 정선의 월송정, 추가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인장도 있다. 여기에 한국 미술계의 거장 고 장우성 화백의 유작들도 상당수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 작품들의 가치를 대략 2천억원 정도로 얘기한다. 이천시 인구는 21만여 명이다. 시민 1인당 95만여 원에 해당하는 미술작품을 갖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가 이렇게 많은 미술작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문화 시장에 대한 남다른 접근 안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관리가 허술하다고 한다. 57억원 들여 만든 미술관인데 작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복도를 개조해 만든 수장고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항온ㆍ항습기를 설치했지만 햇빛이 그대로 들이친다. 작품에 치명적인 변색이나 뒤틀림이 생길 수 있다. 비좁은 통로에 쌓아놓은 작품들도 아슬아슬하다.
전시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소장품 전시회에 내걸리는 작품이라야 40~50점이 전부다. 1천500점이 모두 전시하려면 33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술작품, 특히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의 생명은 전시다. 일반인들이 함께 볼 수 있어야 그 가치가 공유된다. 그런데 이천시의 1천500점은 꼭꼭 숨겨져 있다. 흡사, 비밀리에 소유하다가 웃돈 붙여 거래되는 투기 미술품의 처지가 돼 버렸다. 옳지 않은 방식이다.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있다. 널브러진 작품을 정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수납공간을 만들면 되고, 거치대를 만들면 된다. 수장고의 직사광선 문제도 간단한 차단시설로 해결할 수 있다. 부족한 전시공간 대신 순회전시를 기획해도 된다. 이천시 소유 작품을 꼭 월전미술관에서만 전시할 필요는 없다. 예산 부족 문제도 그렇다. 어차피 75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미술관이다. 국ㆍ도비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충당하면 된다.
다시 밝히지만 이천시의 선택은 옳았다. 미술작품을 장만하고 소유해온 접근 방식이 옳았다. 문제는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다양하게 전시해야 할 후속 행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천억여 원의 미술작품들은 ‘문화 이천’의 자긍심을 살려줄 금싸라기 같은 자산이다. 이 자산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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