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익은 ‘김상곤표 정책’ 교육현장 혼란만 가중시켜

‘김상곤표’ 교육정책이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피로감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감 출신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초등 1, 2학년과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등을 강행하면서 교육 현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고교-대학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의 ‘줄세우기 경쟁’을 완화시키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서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와 관련, 잇따라 정책을 번복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불만과 불신을 자아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7일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밝혔다. 한글·영어 등 초등학교 수업 대비 특별활동을 놀이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영·유아들이 영어 조기교육에 내몰려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 보자는 게 정책 취지다. ‘공교육 정상화법’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같은 정책을 적용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3주 만에 해당 정책이 뒤집혔다. ‘비싼 영어학원으로 등 떠미는 정책’ ‘흙수저 아이들의 교육기회를 빼앗는 정책’이란 학부모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금지가 ‘유예’로 바뀌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어수업 금지를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오고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청와대와 여당까지 나서 급제동을 걸었다. 교육부는 급기야 ‘원점 재검토’ 입장을 내놨고, 16일엔 ‘전면 보류’를 밝혔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정책이 치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없이 오락가락하면서 교육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낮밤으로 뒤바뀌는’ 설익은 교육정책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불안감도 크다. 교육정책은 결코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교육부가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를 전면 재검토키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우리말을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바람직한 지 논란은 있지만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 현실이다. 무조건 금지가 능사는 아니다. 월 3만원이면 될 것을 많게는 월 100만원하는 유아 영어학원에 보내야 하니 자칫 사교육비 부담만 크게 늘어날 뻔했다.

정책 취지가 좋더라도 충분한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특히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교육정책은 논란만 부르게 된다. 교육을 한 번에 바꾸겠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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