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크라운해태의 통큰 결단

지난해 11월 경기도 체육계에 한 차례 큰 파장이 일었다. ▶1981년 인천시와 분리 후 36년간 연 1억5천만 원이 넘는 출연(出捐)을 통해 경기도 육상 발전을 이끌어온 삼성이 회장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도체육회 가맹 70개 경기단체 가운데 재정 지원 규모가 가장 큰 데다 기초종목인 육상에 대한 지원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내 체육계에는 타 종목들에 미칠 영향과 함께 ‘어느 기업에서 그만한 지원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체육회장인 남경필 도지사까지 나서 삼성에 대한 재고 촉구와 차선책으로 타 대기업 회장사 추진 또는 최악의 경우 경기도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에 육상연맹 주변에서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조만간 회장사가 선정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부분 육상인들은 새로운 회장사가 삼성에 버금가는 대기업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고, 연맹은 후임 회장사에 대해 함구로 일관해 이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1월2일 회장선거가 공고되면서 회장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마침내 13일 단독 입후보한 크라운해태의 임원이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새로운 육상연맹 회장사가 된 크라운해태는 이전 삼성이 지원해오던 출연금인 연 1억6천만 원을 그대로 지원키로 했다. 크라운해태는 제과업계 2위의 기업으로 삼성이나 현대, SK, 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님에도 통큰 결정을 했다. 크라운해태가 육상연맹 회장사를 맡게 된 데에는 제과 기업으로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윤영달 회장의 경영철학이 녹아든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계열사인 ‘아트밸리’가 소재한 양주시의 육상연맹을 통해 회장 공석에 따라 경기도 육상이 꿈나무 육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는 전언이다. 윤 회장은 2010년부터 ‘모여라! 국악영재’ 행사와 ‘영재국악회’ 공연을 후원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서울 남산국악당 리모델링에 30억을 기부하는 등 20여 년간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체육 분야에 대한 지원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 때에 크라운해태의 통큰 지원은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