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두렵지만… 우리의 일을 미룰 순 없어”
까치집 제거 한전직원·오토바이 퀵서비스·건설현장 근로자
마스크·식수로 무장… 거친 숨 몰아쉬며 묵묵히 자리 지켜
18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수병원 인근 한 전봇대. 수도권 일대를 덮친 초미세먼지 주의보에 황사까지 겹쳐 거리를 다니는 시민을 찾기 힘들었지만, 한국전력 활선작업차에 올라탄 채 제비집 제거에 나선 직원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했다. 제비집을 제거하지 않으면 고압선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작업을 미룰 수가 없어서다.
이처럼 활선작업차 근로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종일 외부 순찰을 돌며 전봇대를 점검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미세먼지와 황사를 고스란히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활선작업차에는 항상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과 마스크 수십 장이 구비돼 있다.
오덕근 한국전력 배전운영실 과장(51)은 “오늘처럼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은 물과 마스크가 필수”라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다고 작업을 미룰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도심을 뒤덮었지만, 곳곳에서 야외 근로자들의 고군분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봇대 점검에 나선 한국전력 근로자들은 물론 오토바이 퀵서비스 종사자, 아파트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마스크와 식수 등으로 무장한 채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모습이었다.
이날 수원 영화동에서 만난 퀵서비스 종사자 김종직씨(39)는 마스크는 물론 스카프, 넥워머까지 두른 채 배달에 한창이었다. 하루 14시간씩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보니 공기가 나쁜 날에는 철저한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것. 안경을 쓴 김씨는 먼지가 묻어 뿌옇게 변하는 안경을 닦을 ‘안경닦이’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또 그의 오토바이에는 보리차와 음료수 등 칼칼한 목을 씻겨 줄 제품도 준비돼 있었다. 김씨는 “3살 아들과 곧 태어날 둘째를 위해 오늘처럼 날씨가 안 좋은 날에도 일을 멈출 수가 없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항상 일을 하다 보니 이비인후과를 집 드나들 듯 방문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광교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A씨(60ㆍ여)는 미세먼지와 황사를 포함해 건설현장의 먼지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눈이 따가울 때마다 화장실에서 계속 세수를 하는가 하면 넥워머 3개를 이용해 눈만 내놓는 등 피부노출을 최소화시키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항상 목이 따끔따끔한 불편을 겪고 있다. A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뉴스를 보면 그날은 항상 완전무장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와 황사에 전문가들은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실 것을 추천하고 있다. 윤상필이비인후과 윤상필 원장은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에 야외에 오래 있으면 호흡기 질환은 물론 폐렴까지 생길 수 있다”며 “커피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마스크를 정확하게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해제했지만, 경기지역의 공기질은 이번 주말을 포함해 한동안 나쁨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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