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화재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유흥가에 불법주차가 만연해 있어 시민의 불법 주정차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12분께 수원 팔달구 경수대로 446번길(일명 인계동 박스)에 위치한 5층짜리 상가에서 불이 나 5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날 화재로 5층 유흥주점에 있던 직원과 손님 등 13명이 대피하는 등 일대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소방 차량들이 쉽사리 진입을 하지 못하면서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길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15대의 소방 차량은 수십m 이상 대열을 유지한 채 여러 개의 소화 호스를 연결해 가까스로 급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제천 화재 이후 조금은 변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특히 코너를 도는 곳에 불법주차를 해놓은 차량은 안 그래도 어려운 소방차 진입을 더더욱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유흥가 불법 주정차는 수원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1일 오후에 찾은 용인 신갈오거리 인근 유흥가 역시 불법 주정차가 횡행하고 있었다. 주차금지라는 팻말은 물론 바닥에도 ‘주차금지구역’이라고 표시가 돼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불법 주정차를 저지르고 있었다. 운전자 C씨(42)는 “도로에 잠깐 차를 대 놓는 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느냐”면서 “주변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안양 범계 로데오거리, 성남 오리역 등 타 지역 유흥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승용차들이 거리 곳곳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고, 주차공간을 찾아다니던 운전자들은 빈 공간만 보이면 차를 대기 일쑤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중주차까지 이뤄지면서, 화재 발생 시 소방 차량들의 진입을 더디게 할 것이 불보 듯 뻔해 보였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화재현장에 출동할 때 불법 주정차로 막혀 있는 도로를 보면 아찔하다”며 “다중이용업소가 밀집해 있는 유흥가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를 삼가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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