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모국 - 743만 재외동포 잇는 소통창구 역할 성실히 이행 인권·복지 사각지대 해소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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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산하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3대 공공기관이 있다. 이 가운데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들의 민족적 유대감 조성과 거주국에서의 지위 향상을 위해 지난 1997년 10월 설립됐다. 

설립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재외동포재단에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그동안 8명의 이사장 중 6명이 외교관 출신이었던 수장 자리에 사상 처음으로 동포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재미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인 한우성(62) 이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전달받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한국일보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을 비롯해 AP통신 기자상, 미국 내 비영어권미디어 최초 소수계 기자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후보에도 오른 뛰어난 기자였다. 그러나 한 이사장은 무엇보다 ‘전쟁 영웅’이자 인도주의자로 이름을 떨친 故 김영옥 대령의 업적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했다.

문 대통령이 2016년 6월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한 이사장이 쓴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743만 재외동포의 한 사람에서 이제는 조국의 대표로 그들을 위해 일하게 된 한우성 이사장을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소재 외교센터 내 재외동포재단에서 만났다.

Q 일반 국민들에게는 재외동포재단이라는 곳이 다소 생소하다. 재단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재외동포재단은 지난 1997년 만들어진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재단의 설립 목적은 첫째로 현재 190개국에 흩어져있는 743만 명의 재외동포들이 그 나라에서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교육하는 것이며, 셋째는 재외동포사회와 한국 정부 사이에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Q 그동안 외교관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던 이사장 직을 정부가 처음으로 재외동포인 한 이사장께 맡긴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재단이 설립된지 올해로 21년째 됐는데 앞에 여덟분의 역대 이사장 중 여섯 분이 외교관 또는 외교부 관료 출신이셨고, 두 분은 학자 출신이셨다. 반면, 나는 언론인 출신으로 31년을 한국에 살았고, 이후 30년을 미국에 살아왔다. 인생의 절반을 한국 국민으로, 나머지 절반을 재외동포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용자 입장에서 느껴온 것을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에 적극 반영시키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Q 30여 년을 재외동포로 생활하면서 느낀 정부의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 및 지원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는가.

A 재외동포입장에서 정책을 봤을때 너무 정부 중심적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우리는 평소 재외동포 743만 명이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국가도 국민이 먼저이므로 국가의 목적이 국민이어야 하며,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재외동포도 대한민국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자산이자 목적이 돼야 한다. 정책 또한 목적이냐 수단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되는데, 수단으로만 볼 경우 비용대비 효과를 먼저 생각하게 되므로 그런 시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Q 재외동포도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내국인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사장님의 견해는.

A 5천200만 내국인과 743만 재외동포들이 한 민족이라는 카테고리에서는 ‘원 패밀리’지만 사실 멀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것이 이해부족과 오해로 이어져 서로에 대한 존중도 없고 애정이나 사랑이 없다. 

여기에는 언론과 교육자들이 잘 알리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틀어 재외동포가 다뤄지는 것이 네 가지 경우 밖에 없고, 그나마도 애매모호하게 쓰여있다. 또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동포들을 왜곡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이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필요한 것이 초등 교과서에 동포 관련 이야기를 수록해 아이들부터 재외동포에 대해 정확하게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작년 12월 국무총리 주재 관계부처 회의에서 내가 의제 발의를 했고, 총리께서 직접 관계부처에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언론이 재외동포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

 

Q 재외동포들이 국민들과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언어에서부터 문화적인 정체성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재단에서 어떤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나.

A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재외동포 관련 부분이 10번째다. 특히, 재외동포의 정체성 강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현재 재단에서는 전세계 1천800여 개의 한글학교와 아이들 10만 명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 예산의 30%가 여기에 쓰이고 있는데, 단순히 한글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문화, 역사교육까지 이어진다. 매년 250명의 한글학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서 연수를 하고 있으나, 1만5천 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를 400%이상 확대해 매년 1천명 씩 연수를 계획 중이다.

 

Q 재임기간 중 역점을 둬 꼭 추진하고 싶은 현안들이 있다면.

A 3년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몇가지 있다. 전세계에 있는 재외동포 청년과 청소년 1천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교육을 시켜왔으나, 숫자가 너무 적어 5천명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글학교 지도자도 연수도 1천명 규모로 확대시킬 생각이다. 또한 금년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재외동포 연수원을 만드는 것이다.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건물을 활용한 재외동포 연수원을 제주도에 꼭 설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 남성과 결혼 이주 후 이혼 등으로 인해 자녀들을 데리고 베트남과 필리핀 등 자국으로 되돌아가 인권 및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동포들에게 정체성을 정립시켜주고 한글 교육을 강화하는데 힘쓸 생각이다. 초등 교과서 문제를 포함해 단 시일내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Q 미국에서 30년간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故 김영옥 대령에 대한 평전을 저술했고, 김영옥평화센터 이사장도 맡고 계신데.

A 김영옥 대령은 이제 조금 알려졌을뿐 아직 대다수 국민들이 잘 모른다.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 전설적인 전쟁영웅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3개국에서 최고의 무공훈장을 받을 정도로 전쟁영웅이셨지만 더 눈여겨볼 만한 것은 그분이 위대한 인권운동가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위해 고아원을 통째로 인수한 뒤 운영하셨고, 사회봉사활동에 평생을 바치셨다. 또한 전쟁후 한국서 군사고문으로 일하셨을 때 한국의 영공방어가 취약한 것을 지적하고, 미사일 방어부대를 추진해 현 육군 미사일사령부와 공군 유도탄사령부의 전신을 만드셨다. 

사드문제로 한국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그분이 당초 추진하려했던 비전을 계승했다면 현재의 사드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단히 안타까웠다. 이 같은 그분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미국 LA에 2009년 최초로 한국인의 이름을 딴 공립 ‘김영옥 중학교’가 세워졌으며, 역시 한국인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연구기관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부설 ‘김영옥 연구소’가 세워졌다. 이 연구소는 한국정부와 미국 대학교, 재미동포 사회가 세 축이 돼서 만든 연구소라 더욱 뜻 깊다.

Q 이제 취임 3개월이 되셨다. 앞으로 재단을 어떻게 이끄시고 어떤 역할을 해 나가실 계획이신지.

A 21세기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 ‘평화통일’이기 때문에, 평화통일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차별과 배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재단으로서도 지난 20여 년간 일방통행이 심했다. 재단은 정부와 재외동포를 잇는 가교지만 정부가 세운 정책을 그대로 전달만 하는 쪽이었다. 최근 화두가 소통이듯이 이제는 양방향 다리가 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을 실행할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의 바램, 희망을 전달하는 대변인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기동안 꼭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 재외동포들은 해방이후 한국전쟁의 극복과 산업화, 민주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이런 것들을 내국인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동포들도 단기간 고도의 성장을 거듭한 조국을 인정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내국인과 동포들이 함께 인식하고 힘을 합쳐서 통일을 이루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김광호기자 /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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