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삼매경’에 빠진 고등학생들…최저임금 인상 속 노예계약 만연

수원에 사는 S군(17)은 겨울방학을 맞아 용돈을 벌기 위해 집 근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S군이 받는 임금은 시급 6천 원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올랐지만, S군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부모님이 아르바이트를 반대한 탓에 동의서를 받지 못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PC방 사장님과 구두 계약을 맺고 하루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해도 S군에게 떨어지는 월급은 70만 원 안팎 수준이다. S군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이지만, 부모님 동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다”면서 “빨리 성인이 돼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고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한 과일 주스 가게에서 일했던 B양(17)은 지난 여름방학 때 일했던 임금 중 30만 원가량을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업주가 당시 B양이 1~3분 정도씩 지각했던 것을 빌미로 임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B양은 억울하게 돈을 떼인 것 같아 분통이 터졌지만, 간간이 독촉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는 아무 대처도 못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선 고등학생을 비롯해 청소년 근로자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가 하면 급여를 제때 수령하지 못하는 등 ‘갑질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청소년 대부분은 부모님 동의서 없이 편법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한 탓에 쉽사리 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근로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가운데 27.7%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의 38.4%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근무 중 사고나 변상에 대한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 전가하는 부당계약서를 작성한 비율도 32.8%에 달했다. 상당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근로기준법상 18세 미만 학생들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가 필요하지만, 학생들이 부모님 동의를 받기 꺼려해 제대로 된 근로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으로 조금이라도 낮은 임금에 인력을 구하기 위해 청소년들과 편법으로 근로계약을 맺으려는 영세업자들도 악순환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를 입을 경우 곧바로 노동청 등에 신고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들 스스로가 위법 사항을 따져보고 문제가 있을 시 자진 신고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현행법상 동의서 없이 청소년과 근로계약을 맺을 경우, 업주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신고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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