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 되는 AI…예방책으로 '전실' 설치 대두

매년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차단하려면 양계 농가에 전실(前室) 설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영세농장들이 전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AI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실은 축산농가에 들어서기 전 소독 또는 위생복 등을 착용하는 공간을 뜻한다.

 

22일 오전 11시께 화성 소재 부성축산 발안농장에서 신태일 이사(53)를 비롯한 직원 3~4명은 양계장에 들어서기 전, 전실에서 소독 과정을 거쳤다. 2~3㎡ 남짓한 전실 내부에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은 소독약이 담긴 발판 소독조에 신발 밑창을 담가 소독했다. 이어 신발 위에 덧신을 2겹 신고, 소독약이 담긴 분무기로 손뿐만 아니라 전신을 소독 처리하고 난 이후에야 양계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총 3천967㎡의 규모에서 2만 7천600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는 부성축산 발안농장은 이런 소독 과정을 거친 덕분에 이번 겨울 뿐만 아니라 도내 양계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에도 AI로 인한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다.

 

신 이사는 “옷이나 호흡기, 손 등을 통해 가금류에 AI가 전염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주 전염 경로는 신발”이라며 “철새 분변이나 기타 오염물질이 신발 밑창에 묻어 전염되기 때문에 전실을 통한 소독이 이뤄지면 AI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 차단에 전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규모 농가를 제외한 도내 소규모 양계 농가에서는 여전히 설치가 미흡한 상태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양계 농가 4천800여곳 중 10만 수 이상의 양계를 사육하는 대규모 양계농가는 50여 곳으로 모두 전실이 설치됐다. 4~5년 전만 해도 전실을 설치한 양계농가는 소수였지만, 최근 전실 설치가 AI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관련 종사자들에게 확산하면서 중간 규모의 양계농가에서도 설치 농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소규모 농가는 아직도 전실을 설치하지 않아 AI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권락 도 축산산림국 동물방역위생과 조류질병관리팀장은 “소규모 농가에서는 설치 비용과 효율성 등의 이유로 전실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며 “AI 확산을 막으려면 전실 설치는 매우 중요한 예방책인 만큼, 소규모 농가에도 전실 설치를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태 농촌진흥청 가금연구소 연구사는 “전실의 구축 비용은 100만~300만 원으로 건축 자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무리한 비용은 아니다. 구축 이후 소독약 등 위생 관리 비용을 제외하면 유지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만큼, 농가에서 적극적으로 구축해 AI 예방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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