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동안 사지 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가로챈 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보험설계사인 어머니가 딸에게 직접 환자 행세를 시키고, 남자친구까지 가세해 보험금 21억 원을 타내려고 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보험설계사 A씨(65·여)와 A씨의 딸 B씨(36), 사기방조 혐의로 B씨의 남자친구 C씨(33) 등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7년 4월 지인의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내 약 10년 동안 수도권 병원 14곳을 옮겨 다니며 사지 마비 환자 행세를 해 보험금 3억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교통사고 이후 척수 내부에 구멍이 생기면서 신경을 손상하는 ‘척수공동증’ 진단을 받자, 이로 인해 나타난 강직 증상을 사지 마비 증상인 것처럼 행세했다. A씨는 사지 마비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딸에게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모녀는 지난 2011년 10월까지 보험사로부터 약 3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고, 21억 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받고자 현재 법적 소송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 10년 동안 계속된 B씨의 연기는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들통났다. 마사지를 받느라 옷을 벗고 있다며 침대에 커튼을 치고 의사도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B씨가 밤늦은 시간 멀쩡히 걸어서 화장실에 가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간호사도 이를 목격해 병원 진료기록부에 이 같은 사실을 기재하자 C씨가 B씨의 사촌오빠 행세를 하며 관련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범행에 가세하기도 했다.
경찰이 확보한 B씨의 휴대전화에는 B씨가 그네를 타는 모습을 C씨가 촬영한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양손에 쓰레기를 들고 출입문 열림 스위치를 발로 눌러 문을 열고 쓰레기를 버리는 B씨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도 확인했다.
B씨를 진료했던 의사는 B씨가 걸어다니는 영상을 본 뒤 “사지 마비 환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며, 나도 속았다”고 말했다.
B씨는 검거되는 순간까지도 환자 행세를 하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각종 영상을 보여주자 뒤늦게 자신의 사기행각을 시인했다. A씨도 경찰에서 “내가 딸을 그렇게 만들었다”면서 “이제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비슷한 수법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 혐의가 확인되면 절차에 따라 제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정부=박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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