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평창 올림픽의 主人과 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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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삼으로 유명한 지방에서 가을축제를 열었다.

인삼의 판매를 촉진시키고 홍보하는 목적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가수들도 초청했다.

 

특히 ‘인삼아가씨, 뽑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축제를 하다 보니 사람들은 인삼 전시장보다는 인기 있는 가수들이 노래하는 공연장이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인대회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축제행사가 끝나고 결산을 하니까 사람들은 많이 왔으나 행사수입은 적자로 나타났다. 인삼축제가 ‘인삼’이 아니라 ‘가요열전’이나 ‘미인대회’가 주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 이런 현상을 옛날부터 객반위주(客反爲主)라고 했다. 손님이 반대로 주인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합의된 날부터 우리는 ‘평창 올림픽’의 내용보다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참여할 것인가 응원단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 모란봉 악단의 현송월 핸드백이 얼마짜리인지 등등 주제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북한 체제선전의 기수 역할을 하는 모란봉악단은 2015년 12월12일, 중국 북경에서 공연시작 불과 3시간을 앞두고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으로 유명하다.

왜 그런 돌발행동이 일어났을까?

 

핵미사일의 성공, 핵강국 등 무대의 배경화면에 대해 중국 측에서 삭제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한 모란봉악단이 즉각 철수를 결행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

 

물론 남북 실무회담에서 모란봉악단이 아닌 삼지연관현악단으로 바뀌고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같은 김정은 우상화 노래는 않겠으며 세계적 명곡과 통일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하기로 했다지만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가령 노래 가사 중에 ‘어버이 사랑’ 하면 우리는 부모를 생각하는 말이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정은을 일컫는다.

 

배경화면은 또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까? 정말 곳곳에 지뢰가 있을 수 있다. 입장식 때 한반도기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기와 북한이 내세우는 한반도기는 그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대체 20명도 안되는 선수단에 140명의 예술단, 그리고 태권도 시범단 등등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객(客)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북한선전무대를 위해 긴 시간 돈과 노력을 쏟을 건 아닌데 정말 걱정이다.

 

응원단도 그렇다.

우리 언론에서 그들 응원단을 ‘미녀 응원단’ 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보듯 우리는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있고 방송에서는 연일 그들의 과거 응원 모습, 특히 용모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그렇다. 더욱이 이들 응원단의 구호에 정치적 북한 슬로건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그들 응원단이 왔었는데 김정일 초상화가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에 젖는 걸 보고 눈물을 펑펑 쏟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또 어떤 해프닝을 보일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역시 걱정이 앞선다.

 

분명 북한의 출전과 응원단, 예술단이 평창에 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과 동계올림픽을 위해 긍정적인 면이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성 있는 것은 사전준비회의에서 걸러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인도, 객도, 모두 화합하는 아름다운 평창올림픽이 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꼭 그렇게 돼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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