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규제 빼고 혁명적 규제개혁 가능하겠나

문재인 정부도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성장 동력 발굴과 일자리 확대로 연결하려면 낡은 규제와 관행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신기술ㆍ신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이 있어야 혁신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기술을 일단 허용한 뒤 사후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sandbox)’는 신산업과 관련해 어떤 시도도 할 수 있도록 특정 기간 동안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정부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일단 허용한 후 필요할 경우 나중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정보통신기술, 핀테크, 산업융합, 지역특구 분야에서 어린이가 모래밭에서 뛰어놀듯이 자유롭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키워갈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제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규제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예외없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핵심 과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규제 기요틴(단두대) 제도’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규제 총량제’를 도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 ‘도려내야 할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단호함을 보였다.

하지만 어떤 정부에서도 말만 요란했지 규제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국회 입법 실패, 관료사회의 경직성, 이해 당사자의 반발 등으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규제가 늘어났다. 창조경제연구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8년 1만185건이던 규제 건수는 2015년 1만4천688건으로 증가했다.

경제계는 문 대통령의 규제개혁 방침에 당연히 환영하는 입장이다. 과거 규제개혁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핵심 규제를 건드려야 한다.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이나 규제 샌드박스도 중요하지만 수도권 규제 같은 핵심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얽매여 수도권 투자를 억제하면 공장과 일자리는 국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강력하다면 이참에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규제개혁의 판단 기준은 국민 전체의 이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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