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세계 일주기를 그려낸 <조선여성 첫 세계 일주기>(가갸날刊)가 발간됐다.
나혜석은 조선 최초의 여성 동경 유학생이자 서양화가다. 김명순과 선후를 다투는 최초의 여성 소설이기도 하다. 신여성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벽이었다. 식민지 체제, 봉건사상, 남성중심주의라는 억압적 질서는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선각자로서의 자의식이 클수록 아픔은 배가 됐다. 김명순은 정신 이상자가 됐고 육심덕은 자살로, 나혜석은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라며 사회를 바꾸려 했던 나혜석은 첫 사랑을 병마로 떠나보낸 뒤 ‘자기의 예술을 살리고 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변호사 김우영과 결혼한다. 하지만 사람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꿈도 꾸어보기 어려운 세계일주 여행 기회가 찾아왔다. 남편의 포상 휴가 덕이었다. 젖먹이를 포함한 세 아이가 있었지만 그는 ‘자신을 위하여, 자식을 위하여’ 떠나기로 결정한다. 여행 중 나혜석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끝없이 채찍질하고 되묻는다. 미술 기행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또 하나의 화두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었다. 나혜석 여행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근대적 개인으로 탈각해 가는 신여성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나혜석의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화제가 됐고 귀국 후에 <동아일보>와 <삼천리>에 여행기가 연재됐다. 하지만 그의 여행기를 온전히 묶어낸 책은 아직까지 출간되지 못했다. 이 책은 나혜석이 남긴 모든 기행문을 집대성했다. 최신 여행기라 하여도 될 만큼 모던하고 생생한 표현으로 책을 꾸며냈다. 값 1만2천800원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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