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공중화장실 안심비상벨 절반이 ‘반쪽짜리’

설치비용 부담에 1천195개 중 664개만이 경찰·소방서와 연결
나머지 절반은 소리나 경광등만 울려… 즉각 대응 불가능해

경기도와 시ㆍ군이 ‘강남역 공중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설치한 ‘안심비상벨’ 중 상당수가 경찰과의 전화 등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비상벨로 나타났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부터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안심비상벨’ 설치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심비상벨이은 화장실 내에서 위급 상황 발생 시 벨을 누르면 경찰과 통화가 되거나 사이렌 소리가 나면서 위험을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도는 지원사업을 통해 비상벨 설치 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해당 시ㆍ군이 부담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도의 지원사업이 시작되기 전 일부 시ㆍ군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비상벨을 포함, 총 1천195개의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중 절반가량이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처가 어려운 비상벨로 확인됐다.

비상벨 종류를 보면 1개당 110만 원으로 가장 고가인 비상벨은 벨을 눌렀을 때 즉각 경찰과 통화가 가능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통화는 할 수 없지만 경찰서로 신고가 접수되거나 경비업체, 건물주 등에게 알림이 전달되는 비상벨로 80만 원이다.

 

이용자가 벨을 눌렀을 경우 화장실 주변에 사이렌 소리가 울리거나 경광등이 작동되는 비상벨은 최고가의 절반가량인 50만 원이다. 이 비상벨의 경우 작동 시 주의환기는 될수 있지만 주변인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무시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즉각적인 대처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차이로 인해 설치비용에 부담을 느끼면서 도내 설치된 비상벨 절반가량이 가장 기본형태인 사이렌ㆍ경광등 비상벨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내 1천195개 중 664개만이 경찰서와 소방서 등 기관으로, 85개소는 건물관계자나 경비업체로 연결되는 비상벨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인 나머지 495개(41%)는 소리나 경광등만이 울리는 비상벨이다.

 

특히 수원시(141개)와 하남시(32개), 구리시(23개) 에 설치된 비상벨 전체가 소리ㆍ경광등 작동 비상벨이었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것이 경찰과의 연락망이 구축돼 있는 것보다 무조건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전에 취약한 지역의 경우 기본 비상벨의 한계가 있으므로 경찰과의 즉각적인 통화가 가능한 비상벨 의무설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사이렌 효과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기본 비상벨을 설치했다”면서 “비상벨 종류는 시ㆍ군과 경찰이 협의해 결정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전을 위해 가장 적합한 비상벨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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