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추위에 등교 하라고요?… 도내 3개 초교, 강력 한파에도 개학 강행

아이들 추위 시달려… 학부모들 불만
道교육청, 한파 관련 매뉴얼 제대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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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초강력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일부 초등학교가 개학을 강행,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체감온도가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아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데도 경기도교육청은 한파와 관련된 매뉴얼을 사실상 만들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개학을 한 도내 학교는 초등학교 3곳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18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이날 화성시에 위치한 A 초등학교에선 초등학생들이 장갑을 끼고도 모자라 고사리같은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칼바람을 맞으며 등교를 하고 있었다.

성인들도 잠깐 바깥에 나가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추운 날씨에 어린 학생들이 학교로 향한 이유는 이날이 ‘개학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생 A군(9)은 “등교할 때 손발이 너무 차가워서 얼음 같았다”며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학교에 나오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울상을 지었다.

 

등교 후에도 어린 학생들의 ‘한겨울나기’는 계속됐다. 교실에 난방기가 작동되고 있었음에도 외투를 겹겹이 껴입은 학생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교실 안에서 목도리를 2개나 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털이 두툼한 귀마개를 한 학생이 눈에 띄기도 했다. 교실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천장형 난방기와 떨어져 있어 더 큰 추위를 느끼는 듯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상황에 뿔이 단단히 난 모양새다. 학부모 B씨(46ㆍ여)는 “오늘 같은 날이야말로 재난상황인데 개학이 말이냐 되느냐”며 “학교장 재량으로 개학을 연기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는 “이전에 진행한 학교 공사 일정 탓에 학사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개학을 미룰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작 대책을 세워야할 도교육청은 한파와 관련한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는 등 제대로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재난대비학교현장행동매뉴얼’은 폭염ㆍ태풍ㆍ대설 등에 관한 대응책은 마련해놨지만 정작 한파 대응책은 대설과 함께 뭉뚱그려 놓아 제대로된 매뉴얼로서의 기능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에 한파와 관련한 내용이 보완돼야 하는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계속 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매서운 한파에 외출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독감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병수 연세해맑은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찬바람이 코와 입 등 호흡기에 자주 노출되면 감기는 물론 노로 바이러스 등까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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