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5시께 K씨(41)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영하 20도의 한파를 뚫고 화성시 병점역 인근 한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네살 딸을 둔 K씨는 귀가 아플 정도의 추위에 목도리로 얼굴까지 감싸는 등 중무장을 한 채 사무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초조하게 일거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30분 뒤, 작업을 나갈 사람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씨는 “자녀들이 크면서 생활비가 급해 처음으로 인력사무소를 찾아왔다”며 “한파로 현장이 줄어들어 새벽같이 일어난 것도 공염불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추운 날씨 탓에 병점역 인근 인력사무소 6곳 중 K씨가 일자리를 구하려 한 1곳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에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렸고, 결국 K씨를 포함한 14명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연일 한파가 이어지자 안전사고 등을 우려한 공사현장들이 작업을 속속 중단하면서 새벽 인력시장도 함께 얼어붙었다.
도내 대표적인 인력시장으로 꼽히는 성남시 태장고개 일대는 일감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평소와 달리 이날은 찬바람만 불 뿐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파 탓에 일거리가 뚝 끊기면서 이 일대 인력사무소 10곳 중 7곳은 아예 문조차 열지 않았다.
인력사무소에서 현장으로 인력을 옮기는 일을 5년째 하고 있다는 P씨(55)는 “추운 날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다 보니 인력 사무소도 문을 잘 열지 않는다”며 “요즘에는 봉고차가 꽉 차지 않은 채 현장으로 가는 날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20도를 기록했으며 이 같은 추위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봉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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