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렴과 거리 먼 민주당 공천 배제 기준 / 이 기준이라도 철저하게 적용해야 한다

병역·탈세·음주, 또 편법 열어둬
유권자가 만족할 수 없는 마지노선
예외 없이 적용, 의지라도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공천 가이드 라인을 정했다. 청와대가 정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을 원용하기로 했다. 공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 적용하는 기준으로 지난해 11월11일 청와대가 발표했는데, 여기에 7대 인사배제 원칙이 있다.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이다. 국민적 거부감이 있는 흠결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병역면탈은 본인이 처벌받은 경우만 배제하도록 했다. 자녀를 회피시켰을 경우는 괜찮다. 세금 탈루는 금고 또는 집행유예 이상 처벌을 받은 경우만 배제한다. 벌금형을 받았거나 가족이 처벌받은 경우는 괜찮다. 음주운전도 10년 이내 2회 이상 처벌받은 경우만 배제된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는 다른 후보자가 문제 삼았을 경우에만 심의하기로 했다. 결국, 예외 없는 공천 배제는 성범죄 관련 전과 하나뿐이다.

지난해 발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기준이다. ‘청렴 후보 선발 기준’이 아니라 ‘부패 후보 구제 기준’에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하물며 시민의 지도자를 뽑는 공천 기준이다. 당연히 더 엄격한 청렴 기준을 정해야 옳다. 물론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청렴이란 추상적 가치다. 그 구획을 현실적 수치로 나눈다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과 전력의 유무가 미래 청렴도를 보장한다고 볼 수도 없다. 기준 삼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조하려는 것이 차선(次善)이다. 부족한 기준이나마 지켜가길 바란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특별한 사정 등을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편법이 횡행했었다. 현 국회의원들이 후보자였던 2016년 3월 말, 이런 통계가 있었다. 후보자의 37%가 전과자였다. 전과 10범, 9범, 8범도 1명씩 있었다. 2범 이상이 179명이나 됐다. 그때도 공천 기준은 ‘청렴’이었다. 결국, 편법이 판쳤다는 통계다.

지역 살림을 책임질 지도자 기준이다. 그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기준이다. 기준부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병역도 빠져나가고, 탈세도 빠져나가고, 음주운전도 빠져나가게 해놨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받아들인다. 현실 정치를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 기준이라도 지켜야 한다. 기준을 밝힌 민주당, 그리고 앞으로 기준을 밝힐 다른 정당에 공통적으로 전하는 주장이다. 일단 공표한 공천 기준이라도 예외 없이 적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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