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 위치한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숨진 가운데 경기ㆍ인천지역 중대형 병원 역시 화재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 건물 및 연면적 600㎡ 이상인 정신보건 또는 노유자 시설에만 설치 의무가 있어 대부분의 중ㆍ소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한파 대비 이유로 비상구 문을 아예 비닐로 봉쇄해 위급상황시 탈출할 수 없는 병원도 있었다. 또 인천지역 대형병원 상당수는 제연설비를 갖추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연기 질식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안양시에 위치한 A병원. 5층 규모인 이 병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11개 병실에 50여 명의 노인이 생활하고 있는 요양병원에는 소화기가 단 3대뿐이었다. 특히 겨울철 한파 예방을 위해 비닐로 비상구 출입구를 봉쇄한 상태여서 화재 발생 시 노인들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원시에 위치한 B병원은 요양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일부 층의 경우 노인들의 실종을 막아야 한다며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문이 열리는 구조로 운영, 화재 발생 시 노인들 스스로는 대피를 할 수 없었다.
의정부시 C병원은 비상구 문 앞에 휠체어와 보행 보조기 등이 쌓여 있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고양시 D병원은 지하에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단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했다. 화성시 소재 E병원의 경우 복도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나 병실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비상구 주변에는 쓰레기통과 소파, 예비침대, 의료기구 등이 놓여 있어 화재시 원활한 대피가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병원급 이상 125개 의료기관(종합병원 17개, 병원 108개) 중 제연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 부평성모병원 등 종합병원 7개 병원뿐 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연 설비는 높은 압력을 유지하게 해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준다. 집안 거실에서 불이 났을 때 계단실 쪽에서 높은 압력을 주면 연기가 못 가는 원리이다. 현행 건축법상에는 지하층이나 창이 없는 층에 한해 바닥면적이 1천㎡ 이상일 때만 제연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어, 이 건축법에 해당되지 않는 병원들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지역 19개 종합병원(병상 수 150~1천400개)의 평균 병상 수가 425개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제연시설이 없는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난 제천 참사는 물론 이번 세종병원 참사를 보면 화재 인명피해 대다수는 불에 타 죽는 것이 아니라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이라며 “병원은 환자들이 불이 나도 스스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모든 병원 시설에 배연·제연시설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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