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천명함으로써 공정한 사회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헌법의 궁극적 목적은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前段)에 규정된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보장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규정된 여러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통치권인 입법권·집행권·사법권이 분립돼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결국, 통치권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발동돼야 ‘공정한 사회’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먼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권을 행사해 좋은 법을 제정하거나 잘못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청부입법 등의 형태로 입법하고 있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 이론처럼 이익단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입법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법조인 출신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잘못된 법률을 고수하고 있다.
집행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처럼 국민의 안전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정입법권을 행사하고 법규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면 공정사회의 기본 틀을 무너뜨릴 수 있다. 대통령은 경제총수 및 불법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지나치게 남용하여 사면공화국화 되고 있다. 이렇게 사면권을 남발하면 법을 지킨 국민에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법치주의 근간을 저해하게 된다. 사법부는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그런데 여전히 ‘유전무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膾炙)된다면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정한 사회’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위와 같은 법치주의의 저해요소를 불식시켜 법을 지키면 손해가 아니라 지킨 이상의 이득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화두다. 대통령부터 사회지도층 모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해 법을 집행하고 준수함으로써 헌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인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이 땅에 입헌주의가 제대로 구현돼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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