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주 금요일이면 대망의 개막식이 열린다. 각국 손님들의 입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평창ㆍ강릉 선수촌은 2월1일 문을 연다. 자메이카, 브라질, 루마니아, 벨기에 등 4개국이 2월5일 첫 손님으로 결정됐다. 평창 국제방송센터(IBC)에서도 각국 방송단의 뉴스 타전이 시작된다. 미디어의 특성상 방송단은 입국과 동시에 평창 모습을 타전할 것이다. 이렇게 평창올림픽이 시작됐다.
그런데 정치는 여전히 정쟁 중이다. 북한과의 협조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다. 야권은 평양 올림픽이라며 비난한다. 여권은 평화 올림픽이라며 맞불을 놓는다. 정치가 싸우면서 여론도 가세했다. 평창 올림픽은 검색어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다. 대신 평양ㆍ평화 올림픽이라는 정치적 구호만 남았다. 세계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특히 각국 방송단이 이 ‘스포츠와 무관한 논쟁’을 어떻게 전송할지 궁금해진다.
이쯤에서 우리 정치가 되새겨 볼 얘기가 있다. 축구 선수 드록바의 일화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이다. 카카오 생산이 세계 1위인 국가다. 2002년부터 이 카카오 생산을 둘러싼 내전이 벌어졌다. 2005년, 내전 중이던 코트디부아르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그때 드록바가 무릎을 꿇고 “여러분 제발 1주일만이라도 총을 내려놓읍시다”라고 호소했다. 그 후 1주일간 총성은 멈췄고 내전이 종식되는 출발점이 됐다.
우리가 지켜본 얼마 전 기억도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이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했다. 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까지 일체의 전쟁 및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당시 결의안 채택에 앞서 연설을 했던 게 김연아 선수다. “나는 평창올림픽이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전 세계와 인류를 위한 평화정신을 나눌, 최고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공감했다.
드록바가 코트디부아르 국민에게 호소한 것은 전쟁 중단이다. 김연아와 유엔이 세계인에게 호소한 것은 평화다. 우리 정치권의 말싸움-평양 올림픽ㆍ평화 올림픽-이 얼마나 하찮은가. 또 얼마나 편협한가. 게다가 결론도 나지 않을 진영 논리 아닌가.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임박한 지방선거가 정쟁 중단의 여유를 잃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평창 올림픽과 직결된 정쟁만이라도 멈춰야 한다.
88 서울 올림픽은 성공했다. 북한의 테러 위협을 극복했다. 2002 한일 월드컵도 성공했다. 대회 기간에 벌어진 연평해전을 이겨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대과 없이 치렀다. 육상의 불모지라는 악조건을 이겨 낸 성과다. 이제 마지막 스포츠 잔치인 동계올림픽이다. 국민이 성공을 바라고 있다. 모든 정당이 아니라면, 어느 한 정당이라도 ‘올림픽 정쟁중단’을 선언해야 할 때다. 혹시 가능하다면 야당이 먼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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