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오는 아동 대다수 정신질환 마음의 평안함 주는 게 가장 중요
환경 개선 위해 보장시설 승격 필요
광주에서 ‘학대피해아동쉼터 그루터’를 운영하는 황은희 시설장(53)의 말이다. 황 시설장은 “쉼터에 오는 대다수 아이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고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크다”며 “평범한 가족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마음의 평안함을 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가족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이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2016년 광주에 문을 연 쉼터에는 최근까지 25명의 아이가 다녀갔다. 많게는 9명까지 생활한다. 현재는 3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다. 쉼터에는 3살부터 18세까지의 남자아이들이 생활한다. 길게는 약 1년간 이곳에서 생활한다.
쉼터에는 112신고를 통해 접수, 부모와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이 온다. 밤이고 낮이고 새벽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 아이들이 입소할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입소 이후에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가정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양육기관 등으로 옮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황 시설장은 “쉼터에 오는 아이들 대다수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선천적이라기보다는 태어나서부터 폭언과 폭행, 방임 등 학대를 당하며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간혹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다수 아이는 재입소를 하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등을 받기 위한 것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쉼터에는 4명의 직원이 24시간 돌아가며 근무를 한다. 남자아이들만 생활하다 보니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칫솔은 물론, 각종 물건으로 변기가 막혀 6번이나 변기를 통째로 뜯어냈다. TV도 상처투성이다. 집어던진 물건에 모니터가 여러 번 깨졌다.
황 시설장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연령대에 맞게 인근 학교와 유치원 등에 등교를 시킨다. 일반 아이들과 같이 태권도와 미술, 피아노 학원 등도 다닌다. 아이들의 특성상 학교 등에서 거부할 경우, 조금 거리가 되더라도 차량을 이용 학교 등에 등교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각 시ㆍ군에 각 한 개소 이상의 쉼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경기도에 11곳만 운영되고 있다. 용인과 여주, 이천, 평택 등에서 아동폭력으로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아이들이 이곳 광주의 쉼터로 입소하고 있다.
황은희 시설장은 “아이들의 행복은 키우는 사람이 어떠한 상태인지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까지 주 56시간이던 근무시간이 올해 들어 46시간으로 단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근무여건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근무환경이 그렇다 보니 직원들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장기적으로는 보장시설로 승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주=한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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