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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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오명이 몇 가지 있다. 자살률도 그중 하나다. 2002년 이후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년에 1만3천92명이었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25.6명에 달한다. 2011년 31.7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4년 27.3명, 2015년 26.5명, 2016년 25.6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지만, 2위인 헝가리(19.4명), 3위권인 일본(17.6명)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12.1명)과 비교하면 2.4배다.

 

특히 10대와 20대, 30대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10∼40배(청소년은 50∼150배)로 약 52만4천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자살률은 연령에 비례해서 증가해 노인 자살률은 53.3명이나 된다.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다.

 

자살 원인으로는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로 꼽히지만,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 경찰청의 2016년 자살 주요동기 자료를 보면, 36.2%는 정신적 문제였지만 경제생활 문제도 23.4%를 차지했다. 신체질병은 21.3%로 세번째였고, 이어 가정문제(8.9%), 업무상의 문제(3.9%) 등으로 자살을 했다.

 

자살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소득 감소분만 고려할 경우에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5천억원이나 된다(2014년).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은 자살시도로 인한 외상·후유증 치료비, 자살유가족의 신체·정신질환 치료비 등을 반영하면 자살의 사회적 비용은 추계규모보다 훨씬 많다.

 

사회구성의 기본단위인 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정과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생명존중 문화확산을 통해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17명으로,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내리겠다고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실천계획이다. 국가가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ㆍ관리해 국민생명을 지켜나가는데 힘써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한 선결과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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