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용직 “생계막막, 우리 좀 써주세요”…타지역 근로자가 점령한 안양 건설현장

건설경기 호황 속 서울 등서 대거 유입 공사장 일자리 꿰 차
안양 인력들 하루 생계포기 속출… 지역 할당제 목소리 높아

▲ 일용직 근로자
▲ 30일 새벽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한 인력사무소에서 150명의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이 건설현장 일거리를 찾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양휘모기자

안양시가 재건축ㆍ재개발 및 신축 공사로 건설경기 호황을 누리는데도 타지역 건설근로자들이 대거 유입으로 정작 지역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얻지 못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는 주택재개발사업(19건), 주택재건축사업(20건), 주거환경개선사업(1건), 도시환경정비사업(3건) 등 각종 도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처럼 지역 건설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안양지역 일용직 근로자들 상당수가 서울 등 타지에서 유입되는 근로자들로 인해 하루 생계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30일 새벽 4시 50분께 동안구 비산동 소재 T 인력사무소 앞은 추위를 피하고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중무장한 남성들이 사무소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건설현장 일자리를 찾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인력사무소를 찾은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잠시 뒤 인력 사무소 직원이 건설현장에 투입될 명단을 호명했다. 그 결과 사무실에 모인 근로자 중 끝내 선택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30여 명. 전체 인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이날 T 인력사무소 이외에도 만안구 안양동 소재 K 인력사무소에선 100여 명의 근로자가 일감을 얻으려고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30여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K 인력사무소 역시 30여 명 중 10명이, M 인력사무소도 40여 명의 근로자 가운데 10여 명이 현장의 호출을 받지 못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이를 반영하듯 내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평촌 오피스텔 공사 현장은 하루 평균 300여 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7~8명만이 안양지역 일용직 근로자일 뿐 대다수 인원이 고정적으로 나오는 타지의 상용직 근로자들이다. 

관양동 금융센터 신축공사 현장 역시 현장에 투입됐던 160여 명의 근로자 중 20%가량 만이 안양지역 일용직 근로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호계동 주공아파트 재개발단지에도 외부 인력 유입으로 인해 관내 인력사무소를 통한 인력 수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T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많은 신축ㆍ재개발 사업들로 안양시 건설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관내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으며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지역 근로자를 우선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조례에 따라 지역건설근로자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권장에 그칠 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며 “현장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보다 많은 관내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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