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DTI 시행 첫날… 높아진 대출 문턱에 애꿎은 서민 눈물 흘리나?

▲ 다주택자의 돈줄을 묶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행된 31일 수원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지만,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부채로 잡는다. 전형민기자
▲ 다주택자의 돈줄을 묶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시행된 31일 수원의 한 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지만,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부채로 잡는다. 전형민기자
다주택자 대출을 조이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1일 시행됐다. 

이날부터 시행된 신(新)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까지 부채에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서민들까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 DTI가 이날 전격 시행되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DTI는 연간 갚을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했다. 반면 신DTI는 기존 대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반영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2억 원을 금리 3.0%에 2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린 연봉 6천만 원 대출자가 투기과열지구인 과천에서 또 집 장만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신 DTI 시행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1억8천만 원에서 5천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제도지만, 무주택 서민들의 대출한도까지 줄어 향후 내집 마련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신 DTI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도입된다. 

DSR는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소득과 비교한 수치다. 신 DTI 시행에 이어 DSR까지 도입되면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져 빚내서 집 사는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이럴 경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대출 길이 막혀도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지역의 경우 갭투자 매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권으로 이로 인해 규제가 필요한 지역은 되레 고삐가 풀리고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경기도 등은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대출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신 DTI가 첫 시행된 이날 대부분 은행 대출창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작년부터 정부가 신 DTI 등 대출규제를 예고한 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까지 예고돼 있어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선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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