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지역문화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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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원주의 한 도서관에서는 지역기록문화축제가 열렸다. 지역의 활동가들이 지역단위로 기록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행사였다. 원주시의 구역단위로 사진과 영상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행사였다. 20년, 30년 전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조금씩 낯설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지역단위에서 추진하여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주시의 구도심 한가운데에는 공주역사영상관이 자리하고 있다. 2층의 붉은벽돌 건물은 1920년대 건립된후 한때 공주읍사무소로 이용되다가 현재는 등록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영상관 1층에는 역사이야기, 공주이야기, 종교이야기, 교육이야기, 공주의 현재와 과거 등 5개의 주제로 영상물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백제의 옛도읍 공주와 공주사람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별사진전이 열린다. 공주의 과거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사진 아카이브 사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다. 재개발 등으로 인해 사라지는 도시경관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부산시는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도시의 경관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사업을 2008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며, 대전시에서도 2011년부터 5년마다 도시경관을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영상뿐만 아니라 공간 그대로의 의미를 보존하는 사업도 중요하게 추진되고 있다. 경기만에코뮤지엄은 서해안 시대의 핵심지역인 경기만을 대상으로 자연생태와 삶의 모습, 과거의 기억을 함께 기억하고 보존하는 사업이다. 공간 그 자체를 기록으로 보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은 문화적인 정체성을 보존하고, 다양한 문화의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창작과 창조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기록의 관리와 보존에 대한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독일의 소도시를 가보면 시청 앞에 위치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기록관이 자리하고 있다. 공공기록물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록도 모두 보존 관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개인개인의 기록이 모여서 역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지역의 문화요소를 정확히 보존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기록관은 연방, 주 뿐만 아니라 시, 군 단위에서도 빠짐없이 운영되고 있다. 안동에 위치한 국학진흥원은 경북북부지역에 위치한 종가들이 보유한 기록물을 수집보전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다양한 일기류가 발굴되어 단계적으로 번역이 진행되어 민간의 생활상을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상속기록을 보여주는 분재기나 혼인기록과 같은 사적인 기록에서부터 서원의 건축이나 목판의 조성 과정을 보여주는 문서는 당시의 시대상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굴된 7만장이 넘는 목판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번역된 기록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 자원으로 발굴되어 함께 제공되고 있다. 과거의 기록자원이 현재의 문화콘텐츠 생산을 위한 귀한 자산으로 활용되는 사례인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도의 문화와 역사자원을 수집하고 관리 보존하는 기록관을 설립한다고 한다. 문화자원은 현대의 문화산업의 기반이다. 잘 정리된 문화자원이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기도의 새로운 천년을 위한 귀한 걸음이기를 기대한다.

 

김상헌 상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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