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공직자 등 청탁받아 채용…이 전 행장, 직접 챙겨

검찰, 이광구 전 행장 등 임원진 불구속 기소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서울=경기일보/민현배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 등 고위 공직자와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 인사청탁 명부를 미리 작성하고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우리은행 이광구 전 행장과 남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 현직 인사담당 임직원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전 행장 등은 2015∼2017년 우리은행 공채에서 서류전형, 1차 면접에서 불합격 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정한 방식으로 합격시켜 우리은행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3년 동안 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 소속 공직자나 고액 거래처의 인사청탁, 우리은행 내부 친인척의 명부를 작성해 관리하면서 이들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임원은 지인의 청탁을 받아 공채에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인사 실무자들은 이 전 행장의 지시에 따라 청탁한 지원자들의 인사 서류 ‘합격’ 칸에 합격을 의미하는 점을 표시해서 합격 처리했다. 그 결과 합격권에 있던 일부 지원자들은 불합격 처리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점수 조작 없이 청탁한 지원자를 바로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청탁자 명단을 관리하고 ‘금수저’ 전형을 진행했다”며 “공정 경쟁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신입사원 공채에서 금감원, 은행 전·현직 고위 인사의 자녀나 친인척 등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자체 감사로 우리은행은 남 부행장을 비롯한 관련자 3명을 직위에서 해제했고, 이 행장은 옷을 벗었다. 검찰이 지난 1월 이 전 행장과 남 전 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