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도내 20개 시ㆍ군이 갈수록 스마트화되는 불법도청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개정된 ‘국가 정보보안 지침’에는 중앙행정기관과 소속ㆍ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와 소속ㆍ산하기관, 공공기관은 전파 탐지 장비를 통한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기관장실이나 회의실 등 중요 장소에서 숨겨진 도청장치를 찾아내고 제거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전파 탐지 장비 종류로는 건물 내 설치해 자동으로 24시간 감시활동을 하는 ‘상시형’과 사람이 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탐지하는 ‘이동형’ 등 2가지가 있다.
이 중 ‘이동형’의 경우 갈수록 도청장치가 소형화ㆍ지능화되면서 성능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음성ㆍ영상 정보를 무선 전파를 이용해 상시 전송하던 ‘1세대’ 도청장치가 대부분이었던 과거에는 이동형만으로도 숨겨진 도청장치 적발이 가능했다.
그러나 ‘탐지회피 기능’, ‘자유자재로 전원을 껐다 켰다(on-off) 하는 기능’ 등이 추가된 ‘2세대’ 도청장치가 등장하면서는 이동형의 감시망을 벗어나고 있다. 현재는 고도로 스마트화된 ‘3세대’ 도청장치까지 보급되면서 이동형으로 감시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여전히 상시형 전파 탐지 장비가 없어 사실상 불법도청에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도내 31개 시ㆍ군 중 성남, 부천, 안산, 안양, 평택, 파주, 시흥, 김포, 광주, 오산, 하남 등 무려 20곳에 달하는 지자체에도 상시형 탐지 장비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도와 이들 시ㆍ군은 주기적으로 이동형 도청탐지장비를 통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거나 전문 도청탐지업체를 불러 점검하는 등 ‘1회성’ 단속만 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도화된 도청장치를 적발하지 못하는 우려가 있는데다 현장 점검이 실시되는 시간에 도청장치가 꺼져 있으면 도청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또 대부분 장기간보다는 단기간 이뤄지는 도청의 특성상 분기별 점검과 같은 일회성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은도현 연성대학교 정보통신과 교수는 “요즘 대부분의 도청장치는 낮에는 단순 녹음기 기능을 하며 전파 흐름에 변화를 주지 않고 늦은 새벽 시간에 한 번에 정보를 송출하는 등 감시자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면서 “24시간 감시가 아닌 분기별, 반기별 단속은 도청 탐지의 기본조차 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갈수록 스마트화된 도청장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전파의 흐름을 감지하는 상시형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보유 중인 이동형 탐지시스템으로 자체점검 및 전문업체와의 합동 점검을 통해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면서 “도 역시 상시형 시스템 설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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