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기대發 ‘남경필 道채무제로 선언’ 논쟁 / 숫자 비교 아닌 건전성 논쟁으로 이어져야

6∙13 선거 또 등장할 채무 제로 이슈
이제 많고적음 아닌 건전성 논쟁돼야
도지사戰답게 정책 대결 본 보이길

양기대 광명시장이 남경필 지사의 ‘채무제로 선언’을 공격하고 나섰다. 남 지사가 주장하는 채무 제로 선언이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남 지사는 언론 등에 ‘경기도 채무 3조2천억 원을 다 갚고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양 시장은 현재 6천84억 원의 채무가 남았는데, 상환을 위한 예산을 도가 2018년 예산에 책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를 향해 “거짓말 도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재정(財政)은 모든 선거의 주요 소재다. 최근 지방 선거에서는 특히 그랬다. 민선 5기 선거는 ‘재정 파탄’이 이슈였다. 방만 경영의 책임을 진 민선 4기 단체장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민선 6기 선거는 ‘채무 탕감’이 이슈였다. 빚을 갚은 민선 5기 단체장들이 곳곳에서 재선했다. 그 채무 논쟁이 세 번째로 이어질 이번 선거다. 이번에도 채무 논쟁은 주요 이슈가 될 게 틀림없다. ‘채무 제로 선언’을 무기로 준비해 놓은 단체장이 여럿 뵌다.

관건은 유권자의 평가 기준이다. 8년 전, 4년 전과 달라졌다. 재정파탄이나 채무탕감이란 구호에 끌려다닐 뭉텅이 표는 없다. 채무 제로 선언이라는 이벤트에 혹할 유권자도 없다. ‘빚더미’ 또는 ‘빚 제로’가 결국 시민 생활과 무관한 정치 언어였음이 확인돼서다. 이제 부채 논쟁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건전성의 문제로 가야 한다. 채무라도 시민을 잘 살게 할 것이면 득표가 돼야 하고 탕감이라도 시민을 힘들게 할 것이면 감표가 돼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을-잘 알고 있어야 할- 두 사람이다. 상호 비방이 아닌 정책적 공방이라는 측면은 지켜볼 만하다. 다만, 수준을 높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3조 2천억 원을 갚았다’가 아니라 ‘도 재정이 건전해졌다’는 자랑을 했어야 했다. 그게 도지사답다. ‘채무 상환 예산 편성에 실패했다’가 아니라 ‘도 재정 건전성이 나빠졌다’고 따지고 들었어야 했다. 그게 도지사 후보답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과거 숫자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13 선거전은 시작됐다. 멋들어진 대결을 보고 싶다. 정책을 놓고 벌이는 논쟁을 보고 싶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이번에도 낮아 보인다. 혈연, 지연, 학연을 들먹이는 선동이 벌써 만연하다. 시민을 위한 청사진인지 상대를 향한 대자보인지 모를 출사표가 곳곳에서 뿌려진다.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되는 곳이 도지사 선거판이다. 차원 높은 정책 대결의 본을 보여주기 바란다. 시군마다 불 뿜을 게 뻔한 채무 논쟁이라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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