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소병원 환자들 화재 불안감, 안전대책 강화돼야

병원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대형 인명피해까지 나자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병원에 입원 중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병원 공포증’까지 겪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 이후 각 병원들이 소방점검을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쉽지 가시지 않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지금까지 모두 45명이 사망했다.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명피해가 크다. 1993년 논산 신경정신과 의원 화재에선 34명이 숨졌고, 2010년 포항시 노인요양센터 화재에선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는 21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화재 원인의 공통점은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어렵고,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내장재와 용품으로 건물 내부가 꾸며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방시설과 의료진 부족도 한몫했다. 세종병원 화재 참사도 수십 년간 지적된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의료기관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엉성한지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다.

불이 난 세종병원과 비슷한 중소병원이 전국에 1천500개에 달하고, 대부분 화재에 취약하다니 심히 걱정스럽다. 병원은 병상 규모가 100개 미만인 일반병원과 100개 이상인 종합병원으로 구분된다. 종합병원은 까다로운 시설과 기준이 요구되지만 일반 중소병원은 적용되는 법이나 시설 기준이 훨씬 느슨하다. 소방시설 기준도 미흡하다 보니 중소병원은 화재 발생시 진압이 어렵다. 세종병원은 바닥 면적이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와 옥내 소화전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같은 병원인데 안전시설을 병상 수와 병원 면적에 따라 차이를 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소규모 병원이라도 면적에 관계없이 스프링클러, 옥내 소화전, 방화문 등 필수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병원 화재 발생 시 체계적 대피교육과 안전훈련도 시급하다. 정부는 2014년 최초 화재 시 경보 전파와 소화 활동 실시, 안전구역 대피 유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기관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안전훈련과 매뉴얼 숙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가 조기 진압될 수 있었던 것은 매뉴얼에 따른 사전 안전훈련 때문에 가능했다. 세종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극명한 차이다.

밀양 화재 참사를 계기로 중소병원에 대한 안전대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병 고치러 간 환자들이 병원에서 불안에 떨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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