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향(故鄕)

김동수 경제부장 d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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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고향은 머나먼 남쪽 땅이다. 사방이 바다와 야산으로 뒤덮여 있는 정감 어린 시골동네다. 그곳의 풍경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른 봄이면 야산 이곳저곳 봄나물 지천이며 저만치 허공에는 아지랑이 만발한다. 가을이면 동네 곳곳에서 영글어 가는 땡감이 맛깔스럽다.

 

그곳을 떠난 지 40여 년이 넘어간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때가 엊그제 같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다는 시간 동안 K의 가슴 깊숙한 곳에는 항상 그곳이 있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동네 뒷동산, 또 인근 마을 친구들과 함께했던 토끼몰이가 그리웠다. 한겨울 얼어 붙은 논에서 썰매 타던 때가, 한여름 동네 뒤편 바다에서 수영하던 겁 없던 시절이 정겹다.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기분 좋은 추억이다.

K는 설 명절을 앞두고 일찌감치 마음이 설렌다. 그곳에 갈 수 있다는 마음에서 일까? 평소 잊고 지냈던 친구도 만날 수 있고 항상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한 노모도 찾아뵐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이 모두 고향이 전해주고 있는 K만의 위안이자 행복이다.

 

옛부터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라 했다. 또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 속담에 ‘고향을 떠나면 천하다’는 말이 있다. 제 고향이나 제 집을 떠나 낯선 고장에 가면 고생이 심하고 외롭다는 의미다. 때문에 선인들은 고향에서 위안을 찾아왔고 급기야 예찬론까지 펼쳐왔다.

 

신라시대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가 있다. 당나라에 있을 때 쓴 고향을 그리는 시다. “가을 바람에 홀로 시를 읊으니/ 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네/ 창밖에는 밤이 깊도록 비가 내리고/ 등 앞에 앉은 이내 마음은 만리고향으로 달리네”. 또 이은상의 ‘가고파’란 시조가 있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이뿐 아니다. 노래가사로 널리 알려진 정지용의 시 ‘향수(鄕愁)’도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며칠 후면 무술년 설이 찾아온다. 고향을 찾는 모두가 그리운 그곳에서 위안과 소중한 추억을 되찾길 소원해 본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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