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연수구의회 제2차 본회의에선 구민은 안중에도 없고, 서로간의 정치 싸움만 가득했다.
이날 정지열 연수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연수구 비서실장 구속을 언급하며 이재호 연수구청장에 날을 세웠다.
“구청장이 구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외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거나 “나 같으면 얼굴이 불거져 이런 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수위높은 발언이 쏟아졌다.
그러자 이 구청장은 구민에게 사과하면서도 과거 정 의원의 음주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며 “나는 사고가 터지자마자 바로 사과했지만,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 모든 것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공직자를 폄하하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상황은 더 가관이었다.
기획복지위원장으로 심사보고 및 제안설명에 나선 정 의원은 5분여의 발언시간 중 3분 30초를 이 구청장에 대한 재비판에 할애했다. 이인자 의장이 두 차례나 발언을 중지하라고 했지만, 아랑곳없었다. 이 구청장 역시 육성으로 맞섰다.
이 때문에 조직 운영을 위한 정원조례 등 굵직한 현안이 1분45초 동안 겉핥기로 넘어갔다.
연수구의회는 지난해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정 의원도 포함돼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 있는 누구도 고개를 들고 구민들 앞에서 자신의 치적을 높일 인물이 없었다는 얘기다.
외유성 연수, 청렴을 강조했던 구정 기간 중 벌어진 인사비리 의혹.
이날 구민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이익을 위한 날선 공방이 아닌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의회 차원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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