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는 입춘과 경칩 사이에 들며, 입춘 15일 후인 양력으로 2월19일 또는 20일이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미 우수 무렵이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튼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이니, 곧 날씨가 풀린다는 뜻이다. 한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수돗물도 2월 초순에 들어서면 더 이상 잘 얼지 않는다고 한다.
시골의 어른들은 우수날 밤만 되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우수수 터져 나온다고 하니 나도 얼은 수도를 원망하며 추위에 떨었던 날들의 어려움을 벗어나겠지 하는 희망이 든다. 이 얼어붙은 동토(凍土)가 녹아야 꽃이든 싹이든 돋아날 수 있다. 그러니 봄의 첫 징조는 얼음이 녹는 것에서 실감할 수 있으며, 그것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때가 바로 우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2월9일 시작해 25일에 끝난다고 한다. 날짜가 우수를 전후해 진행되는 것이 마치 언 땅이 녹는 시기에 남북이 평화올림픽을 진행하는 느낌이 들어 얼어붙은 동토가 녹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남과 북의 위기상황이 꽁꽁 얼어버린 시기에 서로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열었다. 그것도 남과 북이 한반도 태극기를 들고 서로 손잡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동안 전 세계를 핵전쟁의 불안에 떨게 하고 남북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냉각된 상황에서 남과 북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대치상태였다. 특히 거기에 더해 미국의 매파들은 6·25때 북한에게 절대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치른 수많은 희생을 수치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자괴감은 이후 플레브로호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서 다시 반복됐다. 매파는 이러한 일련의 경험에 대해 보복심리나 피해의식을 가지고,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강경 일변도로 돌아서며 ‘코피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도 한미 연합훈련을 부추기며 전쟁 나기를 바라는 나라다. 그것이 일본 국익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한반도 정세에 한줄기 빛이 평화올림픽인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입동을 지나 얼어버렸던 한반도가 다행히 입춘과 우수를 기점으로 녹아가는 것은 기쁨이다. 이번 영광스러운 평화의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수를 전후해 열려, 언 땅에서 식물들이 싹이 트고 자라듯이 한반도에 평화의 길이 열리지 않나 하는 희망을 보게 된다.
주역에서 살펴보면 입춘과 우수는 한 쌍을 이루며 인월(寅月)에 속한다. 십이지(十二支) 중 인(寅)은 ‘물이 나무에 스며드는 인(演)’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른 봄 대지로부터 물을 빨아들이는 고로쇠나무를 연상하면 된다. 겨우내 잠들었던 양기가 비로소 세를 얻으니, 그 신호탄으로 초목이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다.
우수를 기점으로 초목이 불쑥 솟아오르는 것 같이 한반도에 평화가 일어나길 염원하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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