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다쳐 입원했다가 감염
“1천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초기 방역에 실패한 국가가 환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감염병 관리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국민에게 위자료 지급을 결정한 첫 판결이어서, 타 메르스 환자 및 향후 감염병 발생 시 피해 환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송인권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1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지난 9일 판결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30번 환자였던 A씨는 발목을 다쳐 대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16번 환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하는 바람에 메르스에 걸렸다. 16번 환자는 메르스 최초 감염자인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 8층 내 다른 병실에 입원해 있다가 메르스에 옮았다. 1번 환자와 16번 환자 모두 4명 이상에게 메르스를 전파한 ‘슈퍼전파자’다.
A씨는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은 국가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국가가 초기 방역에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1번 환자에서 16번 환자, 또 30번 환자 순으로 이어진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었다며 국가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최초 의심환자로 신고됐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진단검사나 역학조사를 지연한 과실을 인정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왔다며 메르스 진단 검사를 질병관리본부에 요청했지만 질본은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또 재판부는 1번 환자의 확진 후 그가 거쳐 간 병원들에 대한 역학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질본은 1번 확진 환자가 입원해 있던 평택성모병원에 역학조사관을 보냈지만 1번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만 격리 등의 조치를 했다. 이후 1번 환자와는 다른 병실을 쓴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질본은 그제서야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나 보호자로 조사범위를 확대해 환자를 추적했다.
재판부는 “만약 1번 환자가 의심 신고됐을 때 곧바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다면 16번 환자의 추적 시기를 앞당겼을 것”이라며 “또 평택성모병원 내의 접촉자 조사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청병원에서 30번 환자와의 격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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