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5전 전패 속 ‘희망을 쐈다’…남북 단일팀 ‘감동 드라마’ 마감

6천 관중 ‘우리는 하나다!’ 외치며 응원

▲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경기를 마치고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경기를 마치고 남북한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찍이 한국 동계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6천 관중이 하나 돼 외친 ‘코리아 이겨라!’.

 

지난 한 달간 한반도를 넘어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지구촌 유일의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 ‘코리아’가 아름다운 도전을 마감했다.

 

남한 23명, 북한 선수 12명 등 총 35명으로 꾸려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20일 낮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7~8위 순위 결정전에서 세계 5위의 ‘강호’ 스웨덴을 맞아 한수진의 만회골에도 불구하고 1대6으로 패배, 예선리그 3연패를 포함해 5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이방인 사령탑’ 새러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끈 단일팀 코리아는 비록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참가 8개국 가운데 최하위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그 어떤 메달보다도 값진 ‘추억’을 남기며 사상 첫 올림픽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날 경기는 이미 지난 12일 조별리그 2차전서 한 차례 맞붙어 0대8의 참패를 당한 스웨덴과의 두 번째 격돌임에도 불구하고, 최종전을 관전하려는 관중들이 몰려 6천석이 모두 매진되며 만원사례를 이뤘다. 온라인 판매가 조기 매진된 가운데 경기 2시간 전에 시작된 현장 판매분도 1시간 만에 모두 판매됐다. 지난 18일 스위스와의 5~8위 결정전을 제외한 4경기째 매진이었다.

 

당초 예정됐던 북한 ‘미녀응원단’의 응원이 취소된 가운데 역사적인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를 관전하려는 국민들이 몰리면서 이날 경기는 인기 프로스포츠의 결승전을 연상시킬 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경기장에서는 너나 할것 없이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손에 쥐고 ‘코리아 힘내라!’,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이어졌고, 코리아팀의 선전이 이어질 때마다 함성소리가 울려퍼졌다.

 

1피리어드에서 스웨덴의 사비바 퀼레르에게 5분50초 만에 선제골을 내준 뒤 31초 만에 한수진이 동점골을 터트리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난 14일 조별리그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나온 랜디 희수 그리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에 이은 단일팀의 두 번째 골은 승리 이상의 값진 것이었다.

 

결국 단일팀은 실력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후 5골을 잇따라 허용하며 패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약 한 달간의 아름다운 도전과 이념의 벽을 넘어선 하나된 열정은 그 자체로 가치를 높이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진통 끝에 탄생한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단일팀이야 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밝혔고, 일부 IOC 위원은 “노벨평화상 감”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세계인의 깊은 관심 속에 이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25일 해산한다. 이제 단일팀은 해산하지만 지난 한 달의 궤적은 바로 하나의 역사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전망이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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