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기간 ‘역대 최장’ 20대…실업자 수도 사상 첫 40만 명 돌파

▲ 한국 청년실업률이 4년째 10%대를 유지하며 개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20일 수원시내 한 어학원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토익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방학 동안 취업에 필요한 토익, 영어면접을 위해 학원을 찾는 취업준비생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태형기자
▲ 한국 청년실업률이 4년째 10%대를 유지하며 개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20일 수원시내 한 어학원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토익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방학 동안 취업에 필요한 토익, 영어면접을 위해 학원을 찾는 취업준비생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태형기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원서는 내고 있지만 굳건히 닫힌 취업문을 도저히 열 수가 없습니다”

 

취업준비생 K씨(28)는 2년 가까이 맘 편히 잠을 청해 본 적이 없다. ‘취준생’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2년 간 휴학까지 하며 스펙쌓기에 열중했고, 지난해 8월 졸업 후에는 조금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울산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왔다.

 

매일같이 이른 새벽부터 드론 자격증과 어학점수 취득을 위해 공부한 뒤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는 것이 K씨에게 유일한 휴식이다. K씨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지만 취업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견디고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이 생활을 지속해야 할 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대학 졸업까지 미룬 L씨(27ㆍ여)의 걱정도 하루하루 커져만 간다. 2016년 2월 대학에서 8학기를 모두 마쳤지만 취업이 여의치 않자 복수전공을 선택, 2학기를 더 다니며 취업에 매진했다. 그러나 취업문은 그에게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20대 청년 실업자들의 수와 평균 구직기간이 역대 최다ㆍ최장 수치를 기록하는 등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20대 실업자 수는 40만 2천여 명으로, 이들의 평균 구직기간은 3.1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래 최다ㆍ최장 수치다. 특히 취준생이 집중된 20대 후반층은 평균 구직기간이 3.4개월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장 수치를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를 잃은 일용직ㆍ임시직 근로자가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인구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상 실업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직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지목된다”며 “정규직의 고용 상황은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과보호되나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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