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해야 총선서 이긴다’
지역 黨 주변인사의 이상한 말장난
개인적 셈법으로 보수층에 실망 줘
자유한국당 쪽에서 이상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른바 ‘참패 필요론’이다.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패배할 것 같다는 추측이 아니다.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참담하게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이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 일정을 지방선거에 맞추고 있는 인사들은 물론 아니다. 주로 총선을 겨냥하고 있는 이들의 입에서 번지고 있는 주장이다. 도내 몇몇이 발언의 유포자로 특정되기도 한다.
선거공학적으로는 근거가 없지 않다.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대표적 예다. 2년 앞두고 치러진 제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졌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을 얻을 때 11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제3회 동시지방선거는 더 참담했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장을 모두 야당에 넘겨줬다. 6개월 뒤 대선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노무현 후보가 이겼다. ‘참패 필요론’의 효시였다.
그렇다고 이 논리가 명제는 아니다. 하필 그 극단의 예도 노무현 정부가 남겼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마다 졌다. 30연패니, 40연패니 하는 수식어가 매 선거에 따라붙었다. 작은 선거에서 지면 큰 선거를 이긴다는 셈법도 어긋났다. 당명까지 바꾸며 나섰던 17대 대선에서 26.1% 대 48.7%로 참패했다. 역대 최대 표 차이다. 당시 여당 소속이던 정장선 전 의원은 “우리 당이 ‘한방의 추억’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자조하기도 했다.
이현령비현령이다. 끌어다 붙이면 결론이 달라지는 말장난이다. 그런데도 ‘참패 필요론’이 명맥을 유지하는 건 패배자의 변명을 위해서다. 당원을 결속시키고 유권자를 잡기 위해 쓰는 고육지책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 경기지역에서 나도는 ‘참패 필요론’은 이상하다. 지방 선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후보자 윤곽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한국당은 특히 그렇다. 그런데도 ‘당이 참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돈다. 그것도 알 만한 인사가 하고 다닌다.
한국당이 대한민국 보수층을 어떻게 만들었나. 국정 농단으로 낯을 들 수 없게 했다. 1천만 촛불 행진에 쫓겨난 죄인으로 만들었다. 보수라는 단어만으로 역사 앞에 폐족이 되게 했다. 그래놓고 이제는 마지막 선택의 희망마저 포기하라고 꼬드기고 있다. 유권자를 향해 ‘우리의 추락은 계속될 것’이라며 알 수 없는 협박을 하고 있다. 고민 속에 말하는 참회가 아니다. 그저 개인의 행보와 계파를 계산한 막말이다. 한심한 당이고 어이없는 당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데, 한국당의 최근 지지도가 10% 내외다. 10%는 군소정당을 구획하는 마지노선이다. 더 내려갈 공간이라도 있나. 1 야당의 한자릿수 추락은 참패라고 쓰지 않는다. 괴멸이라고 쓴다. 그런 괴멸을 자초하는 말이 당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집안 단속조차 못 하는 한국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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