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스켈레톤 황제’로 등극한 윤성빈(24·강원도청)이 자신에게 왕좌를 빼앗긴 ‘우상’의 실각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윤성빈은 21일 오전 평창올림픽 MPC(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셨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선수 때문에 그렇게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솔직히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그 선수도 하나의 메달은 땄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 우상이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윤성빈이 금메달에 대한 기쁨보다 이렇게 아쉬워 한 선수는 다름아닌 자신이 2012년 스켈레톤 입문 당시부터 항상 뇌리에 새겼던 ‘우상’이자 지난해부터 자신이 실각시킨 ‘전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이 스켈레톤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황제’의 반열에 올랐던 ‘살아있는 전설’이다. 윤성빈은 2년전까지만 해도 두쿠르스를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두쿠르스를 우사인 볼트와 비교할 수 있느냐. 두쿠르스가 더 위대하다”고 말했었다.
이 처럼 윤성빈이 신(神)처럼 떠받들은 두쿠르스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스켈레톤 천재’에게 왕좌를 내주고 4위에 머문 것이다. 자신이 설날인 지난 16일 4차 시기를 마치고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윤성빈은 경기장 한켠에서 낙담해 있는 두쿠르스의 모습을 본 것이다.
한편, 10년 가까이 황제 자리를 지켰던 두쿠르스는 올림픽을 앞둔 2017∼2018시즌 7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윤성빈에 밀려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한 채 이번 평창올림픽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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