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내내 야한농담 쏟아내 미추홀콜센터 신고전화 봇물 밀폐된 공간 증거확보 한계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1·여)는 지난 2월 10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사 회식을 마치고 밤 11시 30분께 택시를 탄 A씨는 집까지 이동하는 10여분 동안 끊임없이 기사의 농담에 시달려야 했다.
목적지를 들은 기사는 “내려주기 싫은데? 안 내려줘도 되지?”라며 반말을 뱉었다. 이어 “내가 꼭 내려줘야해? 안 내려주면 안되는거야?”라거나 “휴대전화 번호 알려줄까? 번호 알려줘”라는 노골적인 말도 쏟아냈다.
미추홀콜센터를 통해 해당 기사를 신고하긴 했지만, 그에게 내려진 처분은 범칙금 정도였고 A씨는 아직도 택시를 탈 때면 그때의 공포가 떠올랐다.
인천지역 택시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반말, 욕설 등 일부 택시기사들의 ‘도 넘은 발언’들이 비일비재 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콜센터를 통해 지난해 접수된 택시관련 민원 8천여건 중 신고자가 여성인 경우는 3천100여건에 달했다.
이 중 성희롱과 욕설, 반말 등이 포함된 불친절 민원은 2천500여건으로 80.6%를 차지했다.
실제로 접수된 민원을 보면 늦은 밤 홀로 택시를 탄 여성에게 전화번호를 묻거나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눈요기’를 언급하고, “여자가 왜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냐”거나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묻는 등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택시 안 성희롱의 경우 법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데 있다.
택시는 승객과 운전기사 1대1로 머무는 공간인 만큼 제대로된 증거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렵다. 택시번호를 외워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기사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면 입증할 수 없고, 처분이 내려진다고 해도 범칙금 정도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천지역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면 택시기사들이 여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위한 제도 마련과 함께 의식 개선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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