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알파인스키 대표팀의 정동현(30·하이원), 김동우(23·한국체대)가 온갖 부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감행하는 눈물겨운 투혼을 선보였다.
한국 알파인스키의 간판 정동현은 22일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 1차 주행을 마친 뒤 “(나흘 전 넘어졌을 때)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돼 잘 걷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사실 정동현은 앞서 18일 벌어졌던 남자 대회전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다 넘어진 이후 경기장 구석까지 밀려나 촬영·경기 운영요원들과 강하게 부딪쳤었다.
그는 “(다친) 첫날엔 국소 마취제라는 걸 맞아 멀쩡했는데, 시간이 지나 마취가 풀리니 너무 아파서 기어 다녀야 했다. 지금은 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먹어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리가 아프다기보다는 심리적으로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면서 “설면 상태가 울퉁불퉁하면 원래 힘을 제대로 줘야 하는데 (부상 탓에) 힘을 더 못 줘서 리듬을 잡기가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출전했던 김동우 역시 “어제 훈련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고, 연골이 찢어졌다”며 “오늘 경기는 진통제 주사를 맞고 마취한 채로 시작했는데, 어제 넘어진 쪽으로 또 넘어졌다”고 부상 소식을 전했다.
김동우는 “출발할 때 팀 닥터 선생님이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주사를 놔 주셔서 출발할 때는 통증이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주행 중에 (다친 어깨 쪽으로) 다시넘어지는 바람에 통증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서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를 포함해 무려 62명이 기문을 지나치거나 넘어져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정동현은 1, 2차 시기 합계 1분45초07로 27위에 그쳤고, 김동우도 1차 주행 도중 넘어져 실격됐다.
한편, 24일 열리는 ‘혼성 단체전’을 마지막 경기로 남겨두고 있는 두 선수는 부상과 상관없이 반드시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동현은 “지금 부상은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쉬면 좋아진다고 하고 많이 좋아져서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했으며, 김동우도 “더는 잃을 게 없으니 주사를 맞고 단체전에 출전할 것이다. 경기하는 만큼은 둘 다 (아픔을) 서로 잊고 타기로 얘기를 나눴다”고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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