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지방선거 앞두고 후배 정치인들에 전하는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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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동계 올림픽이 폐막하고 나면 추운 겨울이 지나 꽃 피는 3월이 온다. 특히 올해는 자치와 분권의 이슈가 활짝 피는 지방선거의 해로, 올봄은 각급 선거 예비후보자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오를 듯하다.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정치를 시작한 처음을 떠올리게 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직후인 1991년 초대 지방의회 선거에서 기초의회 의원으로 시작해 광역의회 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7번 내리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것에 항상 감사한다.

  

지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정치를 하는 선배 입장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적는다.

 

나는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정치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는 추구하는 가치, 이루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고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며 내가 좇아온 가치는 자치와 분권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다 되어감에도,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아직 ‘반쪽 자치’에 머물러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이래 도의원, 시장을 거치며 민주주의를 완벽히 꽃피우는 방법은 지방자치의 완전한 정착이라는 점을 몸소 느껴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률 개정 노력은 물론,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하며 자치분권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안을 그 지역 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분권적 의사결정’을 통해 지역 현실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며, 이 가치를 이뤄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인 칼 포퍼(Karl Popper)는 그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 바 있다. 이는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보 정치인들이 흔히 하기 쉬운 실수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막연한 목표를 세워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처음 정치권에 발을 디딜 때의 열정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 속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를 파악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우선 덕목이 아닐까 한다.

 

나는 1998년 기초단체장 선거를 준비할 때, 슬로건을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로 정하고, 공약집을 먼저 만들었는데, 요즘은 매니페스토라고 해서 많이들 준비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그 당시 ‘10대 과제, 100대 공약’을 준비해 책자로 발행해서 시청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책 보고를 했는데 시민들과 기자들 앞에서 ‘내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시장에 입후보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을 드렸다. 지금도 그 책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시장 8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준비할 때 추상적으로 지나치게 이상(理想)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대안을 마련해서, 적어도 공천심사 과정에서 ‘나는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공천을 신청했다’고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후보자의 고민과 통찰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지역을 좀 더 자세히 알아가고, 나아가 이러한 진심이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110일 앞으로 다가온 제7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현명한 유권자들은 당신의 준비를 보고 있다.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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