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석면철거… 결국 개학까지 미뤄

방학 중 철거공사 부스러기 남아 용인 제일초·오산 원동초교 등
“아이들 안전 중요” 연기 및 검토

경기도교육청이 석면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매뉴얼도 준수하지 않아 물의(본보 2월28일자 6면)를 빚고 있는 가운데 도내 일부 학교에 석면 부스러기가 남아 결국 개학이 미뤄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2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용인 제일초는 개학을 5일에서 12일로 일주일 늦췄다. 제일초는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 해체·제거 공사를 한 도내 학교 333곳 중 하나다. 개학이 늦춰진 이유는 학부모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병설유치원 외부 후문 자갈밭과 현관 앞, 교실 뒤편 공터 등에서 석면 잔여물인 텍스 조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는 교직원ㆍ학부모들과 긴급 협의회를 개최, 개학 전까지 석면 잔재물이 나온 장소는 물론 교실 내부도 정밀하게 청소하기로 했다.

 

제일초 관계자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학교와 유치원 개학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오산 원동초도 석면제거 공사 후 교실과 복도 13군데서 석면 부스러기가 발견돼 개학 연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공기 중 석면 농도를 측정한 결과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학부모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석면 가루가 바람에 날려 곳곳에 퍼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재청소 방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내 한 초교 교사는 “화성·오산 권역에서는 이번 겨울방학에 20여 개 학교에서 석면제거가 진행됐는데, 학교 공사는 방학 중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업체와 감리 선정 등 공사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제거 업체에 대한 감독은 물론 감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석면이 함유된 물질은 평소에는 인체에 해가 없지만 석면 가루가 날려 흡입하게 되면 호흡기 질환,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도내 유치원·초중고·특수학교 4천768곳 가운데 석면을 건축 마감재로 사용한 학교는 절반가량인 2천331곳이며, 도교육청은 2026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석면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임성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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