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용 과천시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며 삭발투쟁에 들어갔다. 신 시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과기부 이전 방침에 반발하며 사회단체장들과 함께 삭발 시위를 벌였다. 여성시장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삭발하는 모습은, 이 사안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만큼 중대한가를 가늠케 한다.
신 시장은 “삭발투쟁을 통해 과기부 이전 반대에 대한 과천시민의 엄중한 뜻을 전달하겠다”며 “정부는 과천시 존립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과기부 이전 추진을 중지하거나 과천시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책 마련을 선행하라”고 밝혔다. 신 시장은 과기부 이전을 반대하며 2월12일과 13일, 19일, 21일 등 4차례에 걸쳐 광화문 세종청사와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6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을 공개, 내년 8월까지 과천시에 있는 과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건물을 임대해 입주한 뒤 2021년까지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는 과기부 세종시 이전 관련 공청회를 28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신 시장이 삭발까지 하는 등 시민들이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공청회가 무산됐다.
과천시장과 시민들의 강한 반발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과천시는 과천청사에 있던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행정도시를 대체하는 ‘자족도시’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상황이다. 시는 4차 산업도시를 구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부마저 세종시로 이전한다니 참담하고 황당할 것이다.
정부는 2016년 지방재정 개편 때 재정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3년간 교부세를 증액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키고 있다. 과천시는 정부청사 이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과천시 지원특별법 제정과 과천청사 유휴지 개발 등의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정부는 교부세 증액 지원 약속도 지키지 않고, 특별법 제정이나 다른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기부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과천지역 경제는 몰락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과천시장과 지역 상인 및 사회단체장들이 삭발을 하고, 이전 반대 투쟁에 나선 것은 살기 위해서다.
정부는 과기부 세종시 이전이 어쩔 수 없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 약속했던 보통교부세 지원 약속도 지켜야 한다. 내년에 과기부가 이전을 해도 청사가 없어 사무실을 임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2021년까지 과천시에 남아있도록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과천지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경기도, 과천시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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