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는 요인과 필요 최소한의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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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다. 대한민국헌법은 헌법 전문(前文; Preamble),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개정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위와 같이 구성된 헌법이 헌법규정대로 집행되지 아니하면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말한 명목적 헌법이 된다. 헌법현실이 헌법규정과 괴리가 심하게 되면 헌법변천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헌법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북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헌법변천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지 않고 비선 측근을 통해 국정을 수행한 것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으로 파면되자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개헌논의가 봇물처럼 일어났다. 급기야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들이 금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지금 국회에서 1987년 제9차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제10차 헌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3월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할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3월20일 안으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헌법 개정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높다.

그러나 제10차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잠복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30여 년 만의 개헌이어서 전면개헌을 하려고 하는데 이 경우에 쟁점들이 너무 많아 여야 간에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부형태를 둘러싸고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여당과 이른바 이원정부제를 선호하는 야당 간에 합의가 쉽지 않다.

 

둘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이념대립이 심한 쟁점은 개헌의 가능성을 저하시키므로 이러한 쟁점은 이번 개헌에서 제외해야 한다.

 

셋째, 역사적 사건의 평가가 상이한 쟁점을 헌법개정에 포함하는 것도 될 수 있는 대로 지양해야 한다. 예컨대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前文)에 추가하는 데 대하여 정당 간 및 국민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다.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419혁명은 이승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한 반독재 학생시민혁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범국민적 저항권 행사이므로, 현행 헌법 전문의 ‘419민주이념’에 포함된다고 새길 수 있다.

 

현 세대는 역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헌법개정 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된 의결 정족수를 거친 후 국민투표까지의 험난한 통과과정임을 감안하여 국회 의결정족수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과 같이 ‘필요 최소한’의 개헌을 추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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