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표류하는 북한 木船과 결핵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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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진벨재단 S.W 린튼(한국명 인세반)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에서 2015년 한 해에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5천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1만1천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매년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5천명 이상 늘어난다는 것. 영양실조, 약품부족으로 북한에 결핵환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은 잘 알려졌었지만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다제내성’은 결핵을 한번 앓고 치유했던 사람이 지속적인 관리부실로 재발하여 치료가 어려운 내성이 생긴 것을 일컫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환자가 매년 5천명 이상 증가하는데도 북한에서는 약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만드는데는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백성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사회 온정의 손길이 뻗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구호의 손길도 줄어 매년 5천명씩 늘어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중 600명만이 치료를 하고 있다. 이것이 참혹한 북한 현실이다. 그래서 1995년부터 북한 결핵치료 구호사업을 해오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인세빈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치를 초월하여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했다.

 

북한의 참상을 말해 주는 것은 결핵만이 아니다. 지난 연말, 일본 아키타현 해안에 허름한 북한 어선 한 척이 표류하다 발견됐다. 배 안에는 시신 8구가 있었는데 가슴에 북한 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는 시신도 있었다. 아키타현에는 그 며칠 전에도 2척의 북한 어선이 표류하다 경찰이 발견했다. 이렇게 표류하다 일본 해안에 떠밀려온 어선은 지난해만 83건이나 되며 배에서 발견된 시신도 42구나 된다. 5년 동안 표류어선을 집계하면 300척이나 되니 북한의 인권참상을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월7일, 우리 동해상에서도 표류하던 목선이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도 시신 4구가 부식돼 있었다. 고기잡이를 하다 표류된 것인지, 남으로 탈북하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넘어오는 귀순병까지 생각하면 북한 내부사정이 심각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북한 어선의 표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첫째 북한 인근의 연안어장을 중국에 넘기고 북한 어민들은 일본 EEZ(배타적 경제구역)까지 진출시키는 것, 둘째 이렇게 멀리 나와 조업을 하기에는 낡은 목선으로는 무리라는 것.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외화 획득과 식량 확보를 위해 어민들을 이렇게 위험한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어선만 낡은 것이 아니라 어부들의 행색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대로 매년 결핵으로 죽어가는 5천명의 북한 동포들, 그러나 결핵약을 생산하는 제약공장이 없는 북한, 500㎞가 넘는 일본 EEZ 해역까지 낡은 목선으로 고기 잡아오라고 내모는 북한, 여기에 핵무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말 김정은이 해야 할 것은 핵무장과 미사일 생산에 쏟아붓는 돈을 주민들 삶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다. 구 소련이 망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갈망하는 국민의 욕구 때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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